유럽 최악 가뭄… 프랑스 100개 도시 수돗물 끊겨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2. 8. 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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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강수량은 급감… EU 영토 58%가 가뭄]
물 사용 제한 - 佛 트럭으로 생활용수 공급… 위반땐 200만원 내야
江 수위 저하 - 英 템스강 상류 말라붙고, 獨 라인강은 운송 타격
美는 산불도 - 캘리포니아, 일주일간 여의도 면적 80배 삼림 불타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 초비상이 걸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 공급까지 끊기면서 물 사용 제한 조치가 시작됐고,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운(水運)과 전력 생산까지 악영향이 미쳤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 영토의 약 58%가 가뭄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더 뜨겁고 메마른 여름’의 도래가 현실이 됐다는 암울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강바닥이 흙바닥 - 지난 3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헬데를란트주의 도시 뵈시험에 있는 보트 정박장이 가뭄으로 물이 완전히 말라붙어 갈라진 흙바닥이 드러나 있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돗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는 6일(현지 시각) 총 101개 지자체 중 북서부 일부를 제외한 93개 지역에 가뭄주의보 및 경보를 발령했다. 또 이 지역들을 ‘물 사용 제한 가능 지역’으로 지정했다. 프랑스는 6월부터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과 함께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프랑스 BFMTV는 “남부 프로방스와 루아르, 옥시타니 지방 등에선 취수장에 인접한 강물이 마르고, 저수지마저 바닥을 드러내며 100개 이상 도시와 마을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에선 각 가정에 트럭으로 생활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지난 수십년간 경험 못 한 역대 최악의 가뭄”이라며 “무더위가 또 기승을 부리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바르와 몬스, 파이앙스 등 10여 개 지역에선 1인당 하루 최대 200L의 물 사용 제한 조치가 시작됐다. 이는 지난해 서울 시민 한 사람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293L)의 68% 수준이다. 위반 시 1500유로(약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영국에서는 템스강 상류가 말라붙고 있다. 환경 단체 리버스 트러스트는 “이 강이 시작되는 남서부 글로스터셔의 수원(水源)이 5마일(약 8㎞)이나 하류 쪽으로 내려올 정도”라고 전했다. 영국은 지난달 1935년 이래 87년 만에 가장 건조한 7월을 기록했다. 또 관측 이래 처음으로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기기도 했다. 물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잉글랜드 남동부 햄프셔와 켄트, 서식스 등에서는 수돗물로 정원에 물을 주거나 세차를 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이 지역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어피니티워터는 물 사용량 급증을 막으려 수압까지 낮췄다. 영국 환경청은 잉글랜드 지역에 대한 가뭄 선포를 고려 중이다.

독일에서는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수운에 지장이 생겼다. 독일 내륙운항협회(BDB)는 “일부 구간에서 화물선 운항이 어려울 정도”라고 경고했다. 프랑크푸르트 인근 카웁 구간의 수위는 6일 46㎝에 불과해 선박 운항을 위한 최저 기준(80㎝)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최대 발전 회사 우니퍼는 “라인강 인근의 여러 화력발전소에 석탄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일부 발전소에선 냉각수로 쓰이는 강물의 온도 상승으로 발전 용량까지 낮추고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달 말 “국토의 45%는 극심한 가뭄 상태, 나머지는 심한 가뭄 상태”라고 발표했다. 포르투갈은 지난달 중순 낮 기온이 47도에 달하는 등 올여름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3도 이상 올라 1931년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강수량은 3㎜로 평년의 5분의 1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식수 확보를 위해 산업·농업용수 사용을 줄여야 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선 5개 지자체가 가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물 사용 제한을 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포강과 도라 발테아강의 수위가 예년의 8분의 1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대형 산불이 줄을 이었다. 지난달 29일 캘리포니아주 클라마스 국유림에서 발생한 산불은 일주일 넘게 맹렬히 확산 중이다. 6일 기준 서울 여의도 면적의 80배가 넘는 242㎢의 삼림이 불탔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마리포사 카운티에서 지난달 22일 발생한 산불은 2주간 약 78㎢의 면적을 집어삼키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초목이 극도로 건조해지며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해마다 산불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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