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안 될 정도로 마약 퍼지고 있다.. 컨트롤타워 필요해"

김현지 기자 2022. 8. 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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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 전문 치료병원'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 인터뷰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지난해 3월 마약을 밀반입한 뒤 국내에 유통한 태국인 7명을 구속했다. 사진은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 4.88㎏과 야바 7천600정. ⓒ연합뉴스

"진료 현장에서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마약이 퍼지고 있습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지난 8월5일 오후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국내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이처럼 말했다. 지난 2003년 개원한 민간 인천참사랑병원은 지난해 164명의 마약 치료 환자를 받았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지정병원 전국 21개 의료기관 중 가장 많은 환자가 몰린 곳이다. 경남에 있는 국립부곡병원(107명)은 그 다음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1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보호를 받은 인원(280명)의 97%가 두 병원에 몰렸다.

수사기관의 단속망에 잡힌 마약류 사범은 증가세다. 반면 마약 환자들을 위한 치료·재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치료보호기관은 전국 21개가 전부다. 일부 기관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치료, 중독상담, 재활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마약 문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4년간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8107명, 1만411명, 1만2209명, 1만626명이었다.

시사저널은 마약 중독자가 치료를 받는 기관 중 가장 많은 환자를 받고 있는 천영훈 원장에게 진료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래는 천 원장과의 일문일답.

전국 21개 기관 중 인천참사랑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대검찰청 마약 백서에는 치료 보호 대상자 통계만 담겼다. 치료 보호 통계 자체도 조금 틀리다. 우리 병원에서 치료 보호 신청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3분의2 정도밖에 (통계에) 안 나왔다. 치료 보호를 신청하지 않고 건강보험으로 진료 받는 환자 수는 그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치료 보호 수치가 곧 치료를 받고 있는 전체 마약 환자 수를 대표한다고 보면 안 된다."

치료·재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궁금하다.

"치료·재활 시스템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민간에서는 인천참사랑병원이, 국립에서는 부곡병원 정도가 (치료 보호 실적을 내고 있는 병원으로) 남았다. 문제는 환자들이 병원을 나가면서부터다. 이들은 사회에 나가면 교도소 친구 등과 마약을 하는 다시 경우도 많다. 미국은 치료공동체 등을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투자해왔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국가는) 환자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최소 1년 이상 돌봐야 한다."

환자들의 연령대가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하는데.

"현재 10~20대 환자가 대부분이다. 4~5년 전만 해도 '마약 환자는 중년 남성'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지금은 병원 외래의 70~80%가 20~30대 환자다. 10대도 많아졌다. 남녀 비율은 반반이다. 과거 40~50대 마약 환자들은 혼자 숨어서 마약을 했다. 젊은 환자들은 모여서 한다. 그래서 최근 마약이 퍼지는 속도도 빨라졌다. 젊은 세대는 중년층의 환자들보다도 해 본 마약 종류가 더 많다."

마약 종류가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의사 처방을 통해 남용되는 중독성 마약이 많다.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포함된)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ADHD 치료제를 처방받아 오·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펜터민 성분의 다이어트 약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약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종 마약류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손을 못 대고 있는 신종 마약류가 일년에만 500~600개씩 만들어진다. 양리학적으로 이를 따라갈 수가 없다. 무엇보다 마약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약물의 폐해와 관련해 의학적 증거가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증거가 만들어지려면 몇 년씩 걸린다. 그나마 다행인건 정부가 임시 마약류 지정 제도를 운영하면서, (신종 마약류를) 간신히 따라잡고는 있다는 점이다."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는가.

"컨트롤타워다. 법무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세청 등 각 기관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결된 기구다. 물론 '마약류대책협의회(마대협)'라는 기구가 있다. 마대협은 그러나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대책이 필요하다. 마대협을 확대 개편해 마약청을 만들거나, 마대협 산하에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천 원장은 과거 마대협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졌을 때를 생각해보자. 당시 '모 지역에서 몇 명의 코로나 환자가 나왔다'는 기사로 처음 접했다. 굉장히 먼 곳의 일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병원 직원이 감염됐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직원은 물론, 나도 감염되는 순간까지 왔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진료 현장에서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마약이 퍼지고 있다."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 ⓒ인천참사랑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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