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첫 실태 조사..개 농장에 52만 마리
[앵커]
이렇게 개 식용 문제가 겉돌고 있는 이유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나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탓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 논란의 실마리를 풀 조사를 최근 실시했는데 그 결과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계속해서 장혁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개 500마리를 키우는 농장입니다.
다른 가축처럼 먹이 제공 시설을 갖췄고, 더울 땐 냉방도 합니다.
이곳에 설치된 가축분뇨배출시설입니다.
개 사육 농장이 합법적으로 운영되려면, 이런 시설을 갖추고 신고해야 합니다.
축산법 기준으로는 농업인에 해당돼 보조금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개 사육은 불법이라는 인식을 피해가긴 어렵습니다.
[손원학/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 : "오폐수 시설 신고, 사육 시설 신고, 축협 가입하고 농업경영체 등록하고, 하는 것 다 하고 합법적인 농장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이렇게 프레임을 씌웁니다."]
이러다 보니 새로 하겠다는 사람도 적고, 수요도 감소하면서 사육 농가가 줄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합니다.
KBS가 입수한 정부의 첫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농장 1,150여 곳에서 개 52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5년 전 추산치보다 35% 이상 적습니다.
남은 농장주 평균 연령은 64살 정도.
시일이 지나면, 농장도 자연적으로 사라지겠지만 종식 시기를 앞당기려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육견업계 관계자 : "저희들이 원하는 거는 폐업을 원하면, 희망 전업·폐업을 해달라는 거죠. (비용) 보장을 해주고, 일시적으로 1년 내에 없어질 수가 없는 거예요."]
여론 조사에선 식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8%였습니다.
현재 불법인 개 도축을 합법화하는 데 대해선 '반대'가 절반을 넘었지만 '찬성'도 40%에 육박했습니다.
또 응답자의 85% 이상이 현재 먹지 않고 있다고 답했고, 앞으로 먹지 않겠다는 대답도 80%를 넘었습니다.
지난해 말 공식 출범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는 이런 조사 결과를 놓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활동을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위강해/CG:김지훈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장혁진 기자와 좀 더 얘기나눠보겠습니다.
장 기자, 위원회가 실태조사까지 하고도 결론을 못 내리는 건 입장 차가 있다는 건데, 업계에서는 뭘 요구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육견업계는 식용 종식에 8개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일단 단속이나 처벌을 미뤄달라.
그 기간 동안 민원 제기를 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지금처럼 사료로 쓰이는 잔반을 신고만 하면 가져갈 수 있도록 해달라.
이렇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축사 철거 비용과 다른 가축을 기르려 할 때 정부가 지원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예 기간은 짧게는 8년, 길게는 15년 정도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업계의 요구 조건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기자]
8개 조건 중에 2~3개 정도는 검토해보겠단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개 도축장을 흑염소 도축장으로 전환하면, 법률 지원, 금융 혜택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철거·전업 비용도, 일찍 문을 닫는다면 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이고요.
하지만 무허가 축사 양성화라든지, 농지법 위반 등 불법인 부분을 인정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개 식용 논의 위원회'에 맡겨놓고 기다리는 게 맞을까요?
[기자]
물론 이 문제가 쉽게 결론이 안 날 문제긴 합니다.
전통 식문화, 개인 기호 문제와, 윤리나 가치관의 문제가 맞부딪치고 있거든요.
다만, 위생이 관리 안 되거나 사육, 도축 과정에서의 학대 문제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항상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라는 대답만 반복하는데, 의지를 갖고 해결할 필요 있습니다.
[앵커]
그렇게 하려면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그런데 위원회 논의 내용이 전부 비공개 규정에 묶여 있습니다.
민감한 내용이라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 식용 문제를 두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왔습니다.
논란을 걱정할 게 아니라 더 이상의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논의에도 속도가 붙어야겠습니다.
[앵커]
장혁진 기자, 잘 들었습니다.
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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