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차훈의 리얼 MLB] 51 : 49 승부를 가르는 데이터 분석의 힘

배중현 2022. 8.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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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성 강조되는 데이터 분석
핵심은 선수단과의 신뢰 구축
거액 지출 대신 성적 올릴 방법
데이터 투자하는 다저스가 선례
닉 에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퍼레이션팀 디렉터, 손차훈 전 SK 와이번스 단장, 조시 스테인 부단장, 패트 드영 프로스카우트 디렉터(왼쪽부터). 손차훈 제공

현대야구에선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잘 분석하더라도 머리로 계획하는 데이터 분석파트와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선수단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MLB에서도 이런 신뢰의 문제가 존재한다. 그래서 능력 있는 데이터 분석파트를 구성하고 선수단과 신뢰 관계를 형성,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게 프런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MLB 구단의 데이터 분석파트 직원들은 오프시즌에 더 바쁘다. 시즌이 모두 끝난 11월부터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1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전년도 같은 지구 팀들의 상대 기록은 물론이고, 다른 지구 팀들의 모든 데이터를 파악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비 포메이션, 상황별 맞춤 타선, 더블 포지션, 티핑(습관)을 비롯한 자료들을 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데이터는 캠프 기간 확인 과정을 거친 뒤 정규시즌 활용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MLB 프런트 오피스에서는 데이터 분석 자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관련 능력을 갖춘 인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공들여 만든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자료를 제공하는 파트와 활용하는 선수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LA 다저스 시절의 크리스 카푸아노. 게티이미지

2013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은 지구(내셔널리그 서부) 라이벌 LA 다저스만 만나면 고전했다. 특히 시즌 초반 다저스 투수 크리스 카푸아노를 상대하면 맥을 못 췄다. 필자는 샌디에이고 데이터 분석파트와 함께 경기를 관전하던 중 카푸아노의 투구 습관을 포착했다. 다음 날 선수단이 이해하기 쉬운 영상 자료를 만들어 데이터 분석파트 구성원과 공유했다.

며칠 뒤 샌디에이고는 카푸아노를 다시 만나 2이닝 동안 5점을 뽑아내며 승리했다. 샌디에이고는 이전까지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한 구단이었지만 다저스전 승리 이후 상대 투수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데이터 분석이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횟수도 늘었다. 처음 등장했을 때 논란이 많았던 수비 시프트가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생긴 이후 MLB 내 다수의 구단이 활용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는 MLB 최상위권 관중동원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관중 호응이 상당히 달라졌다. 매니 마차도·다르빗슈 유·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블레이크 스넬을 비롯한 스타급 선수를 대거 영입하면서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상당한 비용과 유망주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S급 선수들도 올스타급 선수의 기준으로 알려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를 넘기 쉽지 않다. WAR은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보다 팀에 몇 승을 더 안겼는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 팀에 끼치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WAR이라는 수치에 모두 담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평균 수준의 선수를 기용하는 것보다 5승 정도를 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준급 유망주를 내주는 큰 결단을 내렸다. 만약 데이터 분석파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기력을 향상할 수 있고, 승리를 조금이라도 더 추가할 수 있다면 구단이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지속성은 물론이고 가성비까지 뛰어나다면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OPS 야구로 엄청난 반전을 만들어낸 빌리 빈 오클랜드 어슬래틱스 부사장. 게티이미지

영화 '머니볼'의 모티브가 된 MLB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의 빌리 빈 단장은 스몰마켓 구단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른 팀이 주목하지 않던 출루율이나 OPS(출루율+장타율) 같은 기록에 큰 의미를 부여, 빅마켓 구단과 상대했다. '머니볼'의 사례만 보더라도 이전까지 부각되지 않던 부분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이 있다. 게다가 그것이 '저비용'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프런트 오피스는 타 팀과 경쟁할 수 있는 선수단을 구성하고 그 선수단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파트를 구축해야 한다. 비슷한 전력의 팀을 상대할 때 51:49로 유리한 위치에서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다. 51:49는 승패에선 100:0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맛집은 보통 능력을 갖춘 요리사, 신선한 재료, 특색있는 메뉴, 시설환경 등 크게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요리사가 프런트라면 재료는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일 거다. 메뉴는 그 구단의 시스템, 시설환경은 야구장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다. 데이터 분석은 많은 메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51:49의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건 데이터 분석파트의 능력과 해당 파트와 선수단의 신뢰다. 미세한 차이가 만드는 결과는 절대 작지 않다.

MLB 구단 중 데이터와 관련한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다저스다. 다저스가 올 시즌에만 다른 구단보다 많은 10여명의 데이터 관련 인력을 고용, 운영하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손차훈 전 SK 와이번스 단장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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