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돈이 돌아왔다" 부글.. 서울시 수방·치수 예산 900억원 삭감 논란 [뉴스+]

구현모 입력 2022. 8. 9. 10:22 수정 2022. 8. 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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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곳곳이 침수 피해를 본 가운데 서울시가 올해 수방 치수 예산을 지난해보다 900억원 가까이 삭감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환경단체들은 "서울시 치수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오세훈 시장이 수해방지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는 하수도 특별회계, 재난관리 기금을 합치면 오히려 증가했다고 맞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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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수방·치수예산 지난해보다 896억원 줄어
2019년까지 증가 추세에서 2020년 이후 감소로
서울시 "예산 많이 소요되는 사업 마무리 단계"
중대재해·안전관리 실·국장 공석으로 대행 체제

115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곳곳이 침수 피해를 본 가운데 서울시가 올해 수방 치수 예산을 지난해보다 900억원 가까이 삭감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재해 관련 주요 보직도 공백 상태로 호우 대비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세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편성된 서울시 예산 중 수방 및 치수 예산은 약 42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96억원 가량 줄었다. 2012년에 4317억원이었던 수방 및 치수 예산은 2013년 4369억원, 2014년 4368억원, 2015년 4642억원으로 2019년까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2020년(5341억원)부터는 감소했고 2021년에는 5099억원으로 감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서울시청 풍수해대책상황실을 찾아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뉴스1
수방 및 치수 예산은 이번과 같은 집중호우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된 예산으로 침수 취약 지역에 관로, 빗물받이 등을 준설하고, 빗물펌프장과 같은 수해 방수시설을 확충·정비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이 된 이후 해당 예산이 삭감되면서 이런 폭우 대비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날 서울에는 시간당 많게는 100㎜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하천범람과 하수 역류 현상으로 도로와 차도에 물이 차올랐고 강남구 테헤란로, 서초구 잠원로, 동작구 사당로 일대 도로도 물에 잠기면서 차량 피해가 속출했다.

누수 피해도 잇따랐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일부 매장과 일대가 물에 잠겼고, 삼성동 코엑스 내 도서관에 누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하철 7호선 이수역 대합실에 비가 유입되면서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너진 역 천장 사이로는 물이 쏟아져 내렸다. 서울 동작구에서는 폭우로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 작업하던 구청 직원이 감전돼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더군다나 이번 주까지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황이지만 서울시의 중대재해와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총괄실 실장과 국장은 공석상태다. 서울시의 3급 이상 간부 인사는 오는 19일로 예정되어 있어 수뇌부가 2주간 공백인 상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재난 대응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역대급 물난리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세이돈이 돌아왔다” 등의 글이 올라오며 오 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세이돈은 오세훈과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합성어로 오 시장의 수방 정책을 비꼬는 표현이다. 이같은 말이 나온 이유는 오 시장이 2011년 서울시장으로 재직했을 때도 광화문 광장과 강남역 일대가 침수됐고, 우면산 산사태로 16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에 환경단체들은 “서울시 치수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면서 오세훈 시장이 수해방지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는 하수도 특별회계, 재난관리 기금을 합치면 오히려 증가했다고 맞서기도 했다. 

신우용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사전 예방 차원이 아니라 사후 대응에 급급하다”며 “침수로 인한 수해계층에 대한 대책이라든지, 지반약화로 인한 싱크홀 발생 문제에 대한 사전 대책들이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과 비판 여론에 대해 서울시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강남역 일대 하수관개 개량과 유역분리터널 설치 등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마무리 단계에 있어서 수방 예산도 20년부터 감소 추세였다”며 “오히려 지난해 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서도 수방 예산이 248억원 추가 삭감됐다. 이에 시는 이번 추경에서 수방 예산을 292억원 추가 편성했다”고 해명했다.

과거 오 시장이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방재 능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2013년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한 이후 수방 대책과 관련한 예산이 대폭 줄어든 바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이번 재해는 150년 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시간당 최대 116㎜ 수준의 폭우로, 현재의 강남역 방재성능 용량을 크게 초과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실·국장이 공석인 것은 맞지만 직무대행체제로 운영 중”이라며 “모든 직원이 재난대응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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