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경보'에 퇴근한 尹.."국민 삶 어떻게 맡기나" 野 포화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8일 밤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자택에서 비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 마련을 지시한 데 대해 야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부터 9일 새벽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전화 통화를 하며 침수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대응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애초 광화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나 피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려했지만 서초동 자택 부근이 침수돼 이동이 여의치 않아 자택에서 실시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날 윤 대통령의 자택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황이라며 건물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빗물이 쏟아져 내리는 영상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단지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자동차가 침수되는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자택 지시’를 문제삼는 분위기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폭우 상황에도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지하 벙커에 있는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받고 체크해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 생각하시는 건 아니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큰 비 피해가 우려되면 퇴근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정 운영의 의지는 있는 것이냐”며 “폭우에 출근도 제대로 못하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삶을 어떻게 맡길 수 있을까, 너무 한심하다”고 쏘아붙였다.

진보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전날 행정안전부와 산림청, 서울시청 등에서 보내온 재난문자를 공개하며 윤 대통령의 퇴근을 비판했다.

황씨는 “어제 오전 10시 30분 경기-인천에 호우경보가, 오후 6시 서울에 호우경보가 떨어졌고, 그 중간에도 두 차례 더 호우경보 문자가 왔다”며 “퇴근 시간 전에 이미 비상 상황이었는데, 윤석열은 그럼에도 평상시처럼 퇴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후 9시 무렵 수도권에 온통 물난리가 났고 윤석열은 교통이 두절된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전화로 물난리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며 “현재 대한민국에는 대통령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위기시에 이 정부를 믿고 행동하지 말라. 각자 조심하면서 버텨야 한다”고 비난했다.

better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