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 尹, 일정 급히 바꾸고 115년만 집중호우 대응에 '사활'

김문관 기자 2022. 8. 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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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됐던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 취소하고
서울서 비상 대책회의 및 국무회의 주재
계획없던 신림동 현장 방문도
지지율 회복 카드인 부동산 대책 발표도 미뤄
총력대응 기조 확인
野 대응 비판에 대통령실 "尹, 전날 새벽 3시까지 상황 챙겼다"
오는 10일 일정도 집중호우 대응 집중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 집중된 115년 만의 집중호우애 따라 일정을 급히 바꾸고 총력 대응을 펼쳤다. 취임 전부터 ‘국가의 가장 큰 책무를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라고 강조해온 만큼, 피해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셈이다.

일각에선 지지율 하락세에 집중호우 대응까지 실패할 경우 또 다른 위기 요인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주 지지율 반전을 위한 ‘정책 카드’ 중 하나로 꼽혔던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를 미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에선 오는 10일 윤 대통령의 일정도 집중호우 대응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침수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115년 만의 집중호우에 세종방문 취소하고 대응 총력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생명과 재산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며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에게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에 대한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란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와 국무회의를 연달아 주재하고 “소중한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상황 종료 시까지 총력 대응을 당부드린다. 국민께서 충분하다고 느끼실 때까지 끝까지 조치해 달라”고 했다. 애초 국무회의는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정부서울청사로 이날 아침 변경됐다. 그만큼 115년 만의 집중호우에 따른 국민 피해에 대한 경각심이 컸다는 증거다.

윤 대통령은 “어제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며 “집중호우가 며칠간 계속될 것으로 지금 예상된다. 행안부를 중심으로 비상 대비태세에 돌입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며칠간 호우가 지속된 만큼 긴장감을 가지고 총력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산사태 취약지역,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 등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 통제를 실시하고, 기상 상황에 따른 도로 통제 정보를 국민께 신속히 안내해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지시했다. 또 “천재지변이라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무엇보다 인재로 안타까운 인명이 피해받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한 번 더 살피고, 철저하게 점검해 달라. 호우 상황이 정리되면 피해 내용을 정확히 조사해 신속한 복구와 지원을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집중호우는 시간당 강수량이 우리나라 기상 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상이 일상화된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의 재난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신림동 침수 현장 찾아 “이분들이 안전해야 대한민국 안전해지는 것”

윤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 발달장애 가족 침수 사망사고 현장을 찾았다. 사고 현장은 40대 여성과 그 여동생 A씨, A씨 10대 딸이 숨진 채 차례로 발견된 곳이다. 가족은 폭우로 물이 들이차 현관문을 통해 빠져나오지 못했고 지인을 통해 침수신고를 했으나 경찰과 소방당국이 이들 가족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현장에 도착, 반지하 주택 창문 바깥쪽에서 주변을 둘러본 뒤 사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이웃주민에게 당시 상황을 전해들 뒤에는 사고 현장인 지하로 이동하려 했으나 아직 물을 다 퍼내지 못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주변만 살펴봤다.

윤 대통령은 하천 관리 및 저지대 취약계층에 대한 수해 피해 대응책을 주문한 뒤 오 시장과 함께 관악구 신사동주민센터로 이동했다.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진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우산천변 도로 일부가 무너져 내려 있다. /뉴스1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현장에서 윤 대통령은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은 취약계층일수록 재난에 더욱 취약한 현실을 지적하며, 이분들이 안전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약자, 장애인 등의 지하주택을 비롯한 주거 안전 문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 이재민의 일상 회복을 위해 충분히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장관에게는 국가 하천, 지방 하천, 지류 전반의 수위 모니터 시스템을 개발하고, 행안부와 함께 배수조 설치 등 저지대 침수 예상 지역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지시했다.

앞서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날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도 급히 미뤘다. 오는 10일 윤 대통령의 일정도 집중호우 대책 관련에 집중될 것이라는 게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집중호우에 따른 국민 피해가 크게 우려되는 만큼 역량을 피해 대책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밤 서울 관악구 도림천이 범람, 주변을 지나는 배달 라이더가 아슬아슬하게 물살을 헤치며 바이크를 옮기고 있다. /뉴스1

◇野 비판에 대통령실 “尹, 새벽 3시까지 상황 챙겼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밤 집중 호우 대응에 대해 비판을 하는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전날 새벽 3시 넘어까지 보고받고 지침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사저 주변에 침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 나와야겠다고 생각하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며 “어제 이미 상황실에 한덕수 국무총리 진두지휘 상황서 대처 역량을 약화시켜선 안 된다는 판단하에 나가지 않으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보도된 소위 ‘고립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진 9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우산천변 도로 일부가 무너져 내려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새벽 3시가 넘을 때까지 보고를 받고 지침을 내렸다”며 “한 총리가 산림청과 경찰청 등에 인명 피해 없도록 했고, 도로 통제상황 교통정보 실시간 파악해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도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출근길 교통 대란이 예상돼서 공공기관에 출근 시간을 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 8·28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 의원은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지하 벙커에 있는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받고 체크해 진두지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이 전날 퇴근을 한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큰 비 피해가 우려되면 퇴근을 하지 말았어야지. 국정 운영의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며 “폭우에 출근도 제대로 못 하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삶을 어떻게 맡길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대통령이 어떤 상황서도 충분한 보고를 받고, 그 상황서 지시 내릴 충분한 시스템을 사저에 갖추고 있다”며 “대통령이 있는 곳이 결국은 상황실”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발달장애 가족이 지난밤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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