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만 잘하고 원천기술 뒤진 韓..반도체 이어 'ABCD'에 미래 있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디지털
혁신적 기술에 기업 생존 달려
◆ 전미경영학회 ◆
8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82회 전미경영학회 연례회의의 '국가 혁신 생태계' 세션에서 조 쳉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가 지난해 '블룸버그 혁신 지수' 결과를 전하자 참가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 같은 순위는 합당한 것일까. 이 문제를 놓고 스티븐 에젤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글로벌혁신정책 부회장과 문휘창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미 양국을 대표해 발표와 토론을 펼쳤다. ITIF는 미국에서 기술 혁신을 연구하는 싱크탱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수를 산출하는 기준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출액, 국민의 교육 수준, 특허 개수, 제조업 생산 역량, 노동생산성 등 주로 제조업의 역량을 측정하는 지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었다. 디지털 신기술 등 최근의 혁신 수준을 가늠할 만한 기준은 빠져 있어 '완전한 지표'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이 과정에서 경영학자들은 한국과 미국이 보완적 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에젤 교수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스마트폰 등 주요 상품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생산은 해외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문 교수는 "한국은 기술이 부족했지만 제조 역량을 고도화시켜 결국은 제조업의 생산기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최고의 혁신 생태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과 제조 역량을 모두 갖추는 게 이상적이지만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기술 역량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 교수는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기술이고, 특히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신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정작 한국은 제조업 기반의 반도체와 5G를 빼고는 이렇다 할 디지털 기술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존과 테슬라 등은 각각 유통·자동차 제조 회사가 아닌 사실상 AI 회사"라며 "한국에 이렇다 할 AI 기업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문 교수는 또 국내 정책 역시 정치성이 가미되면서 생태계에 왜곡을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17곳이 있지만 정부 주도로 지역을 안배하고 대·중소기업 상생을 추구하는 정책으론 혁신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에젤 교수는 미국의 강점으로 강력한 수준의 민간 부문 혁신을 꼽았다. 그는 "정부의 지원이나 간섭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미국의) 환경이 최고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교수는 한국 국가 혁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A(AI), B(Big data·빅데이터), C(Cloud·클라우드), D(Digital·디지털)' 기술 전략을 제안했다. 또 그는 "기술 발전이 느릴 때는 제조업 기술이 경쟁력의 원천이지만 기술 변화가 빠를 때엔 기술 자체에 올라탈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반도체에 안주하지 말고,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디지털 기술을 따라잡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애틀 =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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