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젖은 신발과 옷들.. 침수에 고터 상인들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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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한 상가 1층 정육점 주인은 망연자실한 채 건물 입구에 주저앉아 흙탕물로 범벅이 된 가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날 폭우로 성인 남성 허리 부근까지 물에 잠긴 탓이었다.
전날 밤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서초·동작구 등 남부 지역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이 일대 상인들의 피해가 컸다.
옷가게 주인 정모(39)씨도 전날 저녁부터 빗물을 퍼내고 이불로 틈을 막았지만 침수를 피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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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한 상가 1층 정육점 주인은 망연자실한 채 건물 입구에 주저앉아 흙탕물로 범벅이 된 가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날 폭우로 성인 남성 허리 부근까지 물에 잠긴 탓이었다. “오늘은 영업 못 하냐”는 손님 물음에 “오늘만 못 하겠나요, 당분간은 복구만 해야죠”라며 울먹였다.
전날 밤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서초·동작구 등 남부 지역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이 일대 상인들의 피해가 컸다. 이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도 개장 3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침수 피해를 확인하려는 상인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수제화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이모씨가 오전 7시30분쯤 철문을 올리자 밤사이 흠뻑 젖은 신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빗물에 잠겨 있던 신발을 빼내 쌓아 올리니 150켤레가 넘었다. 이씨는 “다 가죽제품이라 원가만 8만원이 넘는다”며 “자식 같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쳐다보고만 있다”고 허탈해 했다. 옷가게 주인 정모(39)씨도 전날 저녁부터 빗물을 퍼내고 이불로 틈을 막았지만 침수를 피할 순 없었다. 그는 “이전엔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없었는데, 지금은 다 젖어서 팔 물건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서울 강남 지역 주요 도로는 빗물이 빠지면서 침수 차량만 덩그러니 도로에 남겨져 있었다. 빗물에 차선이 가려져 역주행하다 사고가 난 차량, 유턴하려다 내려앉은 지반에 박혀 물에 잠긴 차량이 그대로 방치돼있었다. 전기가 끊겨 신호등 일부는 먹통이 됐고, 뚜껑이 날아가 뻥 뚫린 맨홀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시민은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전날 시간 당 100㎜가 넘는 비가 내린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은 장화를 신고 양동이를 들고 물을 퍼내기 바빴다. 생선이나 채소를 파는 상인들은 “안 그래도 부족한 식재료인데 다 폐기하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동작구의 또다른 시장인 성대전통시장 거리도 잠겨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비 소식에 출근을 서두른 시민들도 폭우 여파가 가시지 않은 도로와 지하철에서 출근길 대란을 겪었다. 동작구에 사는 김모(32)씨는 이날 오전 7시20분쯤 출근하려 지하철 9호선 동작역을 찾았다가 운행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역을 나와 버스를 기다렸지만 정체 탓에 30분이 넘도록 타지 못했다. 김씨는 “택시도 오지 않아 20분간 걸어서 다른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다”며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지각했다”고 말했다.
출근 시간을 앞두고 서울지하철 9호선 노들~사평역 구간의 동작역, 노량진역 등 출입구와 환승 통로에는 ‘운행 불가’라고 적힌 띠가 걸렸다. 시민들은 “9호선 탑승이 어렵다”는 안내를 듣고 대체 교통수단을 알아보느라 분주했다. 전날 귀가를 아예 포기한 시민들이 몰리며 숙박 시설이 북새통을 겪기도 했다. 서울시는 퇴근길 대중교통을 증편했지만 도로 한 복판에서 버스와 차량들은 물에 잠겨 움직이지 못하고, 통제 구간이 잇따르면서 차량들이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박민지 양한주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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