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질서 '자유→안보중시' 재편.. 빅2 싸움에 샌드위치된 韓 [일러스트 이코노미]

강현철 2022. 8. 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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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식량·에너지 등 패권경쟁
美 칩4 주도..中 보조금 집중 지원
EU·日 등도 '안보위협 제거' 나서
국내도 경제안보법 제정 서둘러야

세계 무역질서가 '자유 무역'에서 '안보 무역'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체제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교역하던 시기가 종언을 고하고, 시장경제 국가와 사회주의 국가 간 끼리끼리 어울리는 '신냉전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상원이 지난 7일(현지시간) 처리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대표적 상징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 법안에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선 최대 7500달러(약 980만원)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세금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자국 산업을 육성하려는 전형적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의 하나다.

사실 이 정책은 중국이 '원조'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을 제치고 BYD 등 토종업체들이 판매 상위 10위 중 9곳에 이름을 올린 것은 중국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자국 업체에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 무역'은 구체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수출제한으로 나타난다. 서방은 서방끼리, 중·러는 중·러끼리 뭉치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간 패권 경쟁이 이같은 세계질서의 변혁을 이끌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에서도 안보 무역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 한국 일본 대만 등 반도체 강국이 참여하는 '칩(chip) 4' 결성 추진이 그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저지하려는 의도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과 EU(유럽연합)는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의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8일(현지시간) 수력발전소 수위가 떨어지면 전력 수출량을 제한할 계획임을 밝혔다. 세계 1위 LNG(액화천연가스) 수출국인 호주도 LNG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밀 옥수수 등 곡물도 예전엔 자유로운 교역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의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으면서 국가 안보에 꼭 필수적인 안보 무역 1순위 품목에 명단을 올렸다.

일본이 발빠르게 경제안보법을 제정한 것은 이런 정세 변화와 관련이 깊다. 일본의 경제안보법은 △국가 안보에 직결될 수 있는 품목의 공급망 구축 강화 △핵심 산업 설비 도입시 국가 안보에 위협은 없는지 사전 심사 강화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민·관 협력 제고와 기술유출 방지책 등이 핵심이다. 다른 나라와의 교역이나 투자에서 국가 안보 위해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확고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경제와 안보에 지장이 없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안보법 제정이 논의됐으나 답보 상태다.

'안보 무역'은 미·중간 갈등이 기술과 경제 분야를 넘어 군사·외교 등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세계 무역의 주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중국몽'(중국의 꿈)이라는 구호 아래 '일대일로(一帶一路 )' 정책,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에서의 영향력 강화 등을 통해 세계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동중국해 섬들에 군사기지를 세워 자신들의 앞바다로 만드는 전략도 추구중이다.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 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상시화하고, 중국과 대만간 중간선의 무효화도 밀어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남태평양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태평양을 나누려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에 대해 미국은 군사적으론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으로 이뤄진 군사 동맹 및 정보 네트워크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와 '림팩(RIMPAC , 환태평양 군사훈련)'으로 맞서면서 경제적으로는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출범과 '칩4'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중간 힘겨루기는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올 가을 영구집권 체제 구축을 꿈꾸고 있는 시진핑 주석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세계 패권을 향한 양국의 갈등 상황서 대한민국은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에 몰리고 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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