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일가족 참변 반지하 尹 방문' 대통령실 홍보물에 "끔찍한 참극 현장인데.. 소름"

논란 커지자 대통령실, 해당 카드뉴스 삭제키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숨진 서울 관악구 반지하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국정홍보용으로 사용한 것과 관련해 “소름 끼친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참극의 신림동 반지하방 현장에서 찍어 올린 대통령실 홍보사진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 아래에서 세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익사했다. 무신경도 이런 무신경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의 침수 사망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자정쯤 이곳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40대 여성과 그 여동생 A씨, A씨의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일가족은 이웃들의 구조 작업에도 물이 빠르게 차올라 문이 열리지 않았고 교통마비로 소방·경찰의 구조 작업이 지체돼 참변을 당했다.

사진=대통령실 페이스북

전날 해당 사고 현장을 찾은 윤 대통령은 사고가 발생한 반지하 창문 바깥쪽에 앉아 보고를 들었다. 대통령실은 이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등 문구를 넣어 카드뉴스를 제작, 공식 SNS에 게시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참사 현장을 국정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가족이 익사를 한 곳”이라며 사진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는 “사람의 죽음을 정책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며 “살아서는 그대들 눈에 ‘낮은 곳의 사람들’이었다고 해도, 죽음 앞에서는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해당 논란 관련해 “대통령실의 이미지 디렉팅이 최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건 기술이기 때문에 전문가를 써야 한다”면서 “자꾸 아마추어를 쓰게 되면 진지하게 보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를 안 쓰면 진지해 보이지 않고 진지해 보이지 않으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신뢰가 가지 않으면 똑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이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해당 카드뉴스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해당 카드뉴스를) 참사 현장이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이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담당팀에 연락해 내리는 방안 등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