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클래식]아흔 맞은 전설적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
뉴스레터 ‘시네마 클래식’은 영화와 음악계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는 ‘이야기 사랑방’입니다. 오늘은 올해 아흔을 맞은 전설적 영화 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 이야기입니다.
‘조스’와 ‘스타워즈’, ‘이티(E.T.)’와 ‘인디아나 존스’, 그리고 ‘쥬라기 공원’과 ‘해리포터’까지. 잊지 못할 선율들을 남긴 전설적 영화 음악 작곡가 존 윌리엄스가 올해 아흔을 맞았습니다. 윌리엄스는 그래미 수상만 25차례, 아카데미 수상 5차례, 골든글로브 수상 4차례, 아카데미 후보 지명은 52차례에 이르지요. 월트 디즈니에 이어서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후보 지명 횟수라고 합니다.
1952년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관광 홍보 영상을 위한 곡이 데뷔작이라고 하니 그의 영화 음악 인생도 올해로 벌써 70년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직후 할리우드 영화계가 ‘올스톱’되면서 그도 음악 인생 처음으로 ‘휴지기’를 맞았지요. 타고난 음악인이 과연 이 기간에 쉬었을까요. 아닙니다. 마감의 속박에서 벗어난 그가 애정을 쏟았던 분야가 바로 클래식 음악입니다. 그는 지난 6월 ‘인디아나 존스’ 5편을 끝으로 영화 음악에서는 은퇴할 것이며 앞으로는 클래식 작곡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요. “더 이상 영화 음악을 쓰고 싶지는 않다. 내 나이에서 6개월은 무척 긴 시간”이라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재즈 드럼 연주자의 아들인 그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했고, 20대 시절에는 미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명피아니스트 로지나 레빈(1880~1976) 여사를 사사했지요.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당시 반 클라이번 같은 인기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듣고서 작곡으로 관심을 돌렸다고 합니다. 참고로 반 클라이번과 한국의 한동일과 백건우 모두 레빈 여사의 제자들이지요.
그는 영화 음악의 역사에서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와 막스 스타이너, 버나드 허먼 같은 거장들의 맥을 잇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클래식 어법을 바탕으로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관현악을 영화 음악에도 녹여 넣었다는 의미이지요. 특히 등장 인물이나 사물 등에 특정한 주제 선율을 부여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작법은 그의 영화 음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1980년부터 그는 지휘자 아서 피들러에 이어서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를 13년간 이끌었고 지금도 지휘 활동을 병행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 역시 지휘자로 윌리엄스를 초대해서 그의 작품들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70여 년에 이르는 그의 음악 인생에서 전환점이 존재한다면 197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의 만남이 되겠지요. 특히 ‘조스’에서 딱 두 개의 음만으로 무시무시한 상어의 습격을 표현한 주제 음악은 그 이후 할리우드 영화 음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니(존 윌리엄스의 애칭)의 음악이 상어를 보는 것보다 더 무시무시했다”는 스필버그의 말처럼, 윌리엄스의 주제 음악이 없었다면 ‘조스’가 그처럼 상업적 성공을 거뒀을지 의문이 들지요.
이처럼 위대한 대가라면 고집도 만만치 않을 것 같지만, 조지 루카스 감독은 타고난 유연성이야말로 윌리엄스의 미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스타워즈’ 작업 당시에도 둘 사이에 이견이 있을 때마다 윌리엄스는 망설임 없이 새로운 주제곡을 써 왔다고 하지요. “윌리엄스는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을 작곡했다”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말처럼, 우리는 사실상 그의 영화 음악을 들으면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가장 사랑하는 존 윌리엄스의 영화 음악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세대를 유추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참고로 제 인생 최고의 존 윌리엄스 음악은 지금도 여전히 ‘이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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