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긴장했다, 대형마트 '6990원 반값치킨'의 비밀

이정구 기자 2022. 8. 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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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는 어떻게 6990원에 팔수있나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2만원대까지 오른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내놓은 ‘가성비’ 치킨에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6월 30일 홈플러스가 내놓은 당당치킨(6990원)은 출시 39일 만에 30만 마리가 팔렸고, 다른 대형마트들도 프랜차이즈 치킨의 반값 수준에 치킨을 판매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 제품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 이유에 대해 대형마트들은 “주요 재료를 대량 매입해 단가를 낮추고, 프랜차이즈 가맹 비용이 들지 않는 단순한 유통 구조 덕분”이라고 말한다.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홈플러스에서 치킨을 사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홈플러스는 한 마리 6990원짜리‘당당치킨’을 내놓고, 특정 시간에는 2마리를 9990원에 판매하는 행사도 열었다. 대형마트들이 잇달아‘반값 치킨’을 내놓으면서 치킨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 /김지호 기자

◇대량 매입, 유통 구조 단순해 비용 절감하는 마트치킨

홈플러스가 판매하는 당당치킨은 1마리 기준 프라이드 6990원, 양념 7990원이다. 롯데마트는 11일부터 한 주간 1.5마리 분량 ‘한통치킨(1.2kg, 1만5800원)’을 행사 카드 결제 시 8800원에 팔기로 했다. 이마트는 지난 7월 초부터 ‘5분치킨’을 9980원에 팔고 있다. 마리당 1만6000~2만원인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의 프라이드 치킨과 비교하면 일부 마트 치킨은 반값도 안 되는 셈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도 재료비 급등 탓에 고전하는 마당에, 대형마트들이 30~50%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팔 수 있는 비결은 구매력에서 나온다는 게 대형마트들의 설명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마트 치킨에 쓰이는 8호 크기의 닭은 9일 기준 4244원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은 도계 업계 마진과 운송비, 본사 마진 등이 더해진 5100~6000원에 닭을 공급받는다. 다리나 날개만 모은 부분육은 7000~8000원까지 가격이 뛴다. 반면 대형마트들은 닭 한 마리를 3600~5000원 수준에 들여온다. 대형마트 측은 “양계 업계와 일정 물량을 책임지고 팔아주는 연간 계약을 통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닭을 들여온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와 프랜차이즈 치킨 원가

치킨을 튀길 때 쓰는 튀김유와 치킨파우더 같은 주요 재료에서도 구매력을 활용해 가격을 낮춘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브랜드별 차별화를 위해 올리브유, 해바라기유 등 단가가 높은 식용유를 사용하는 반면, 대형마트는 일반 식용유를 사용한다. 프랜차이즈에서 공급하는 식용유는 15L에 13만원대, 마트에서 사용하는 식용유는 용량이 더 큰 18L가 9만원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재료인 육계, 식용유, 치킨파우더를 대량으로 구매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의 비용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개별 광고비, 배달 플랫폼 수수료(건당 2000원 내외), 본사 로열티와 포장 박스, 치킨무, 물티슈 등이 없는 것도 대형마트 치킨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이유다. 대형마트 측은 “싸게 팔아도 마진이 남는다”고 말한다.

◇ ‘미끼 상품’이라는 지적도

프랜차이즈는 “마트 치킨 가격이 저렴하지만 맛과 품질 면에서는 전문 치킨 프랜차이즈를 따라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진열 상품을 다시 데워 먹는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가 마늘 맛, 갈비 맛, 매운맛 등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메뉴 선택권을 제공하기 위한 개발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반값 치킨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상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형마트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반값 치킨을 내놓으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대형마트에서 반값 치킨을 내놓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가맹점들이 반발하면서 일주일 만에 판매가 중단됐던 전례가 있다.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은 서로 다른 시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이 지난 39일간 30만 마리 판매돼 돌풍을 일으킨 건 맞지만,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의 인기 상품은 단일 메뉴로도 월 100만 마리 이상의 주문을 올린다는 것이다. 한 치킨 가맹점주는 “주문 건수가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배달 수수료 등을 감안하지 않고 ‘프랜차이즈 치킨이 왜 비싸냐’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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