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친문 어디로.. 차기 대선주자도, 구심점도 없어
“그 많던 친문(친문재인)들이 씨가 말라버린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8·28 전당대회가 이재명 의원과 친명(친이재명)계 독주로 치러지면서 당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던 올 초만 해도 민주당의 주류는 친문이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몇 달 만에 권력 구도가 180도 바뀌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선 “대선에서 패배한 이 의원이 곧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등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정치 초식을 쓰면서, 손 놓고 있던 친문이 세력화에서 밀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친문이 내세우는 차기 유력 주자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은 최근 강원, 인천 등에서 치러진 1, 2차 권리당원 경선 결과, 75%에 가까운 지지를 받으며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지고 3년 뒤 치렀던 당대표 선거에서 얻은 45%를 훨씬 뛰어넘는 기록이다. 당에선 “김대중 이후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 의원에 맞서는 박용진, 강훈식 의원은 각각 20%대, 4%대에 머물고 있다. 8명 중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 깃발을 든 후보 4명 전원이 당선권에 들었다. 청와대 출신인 고민정 의원이 2위로 비명계 중 유일하게 당선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른 비명 주자인 윤영찬, 고영인, 송갑석 의원은 6~8위다. 당 관계자는 “아직 대의원, 국민 여론조사 등 많은 투표 결과가 남아있지만, 친문들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중 “내가 친문”이라고 내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박용진, 윤영찬 의원 정도가 이재명 의원을 비교적 강도 높게 비판할 뿐이다. 당 관계자는 “친문이 이 의원의 국회 입성을 저지하지 못하고, 이재명 열혈 지지층인 ‘개딸’도 조직화되면서 친문이 설 공간이 사라졌다”고 했다. 실제 당대표에 도전하려고 했던 친문 중진 전해철·홍영표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택했고, 일부 친문이 밀었던 강병원 의원은 당대표 후보 3명을 추렸던 예비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간 친문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의원들 상당수는 친명으로 갈아탔다. 문 전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이던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영입돼 금배지를 달았던 이른바 ‘문재인 키즈’들 가운데서도 이 의원 옆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다른 친문들은 개딸 등 강성 지지자들의 타깃이 될까 숨을 죽이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이 이 의원에게 갈 게 확실하기 때문 아니겠냐”면서 “누구는 이 의원에게 충성 맹세까지 했다고 한다”고 했다.
친문이 급격하게 쪼그라진 가장 큰 이유로는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친문은 지난 대선 때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 양쪽으로 흩어져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복역 중이다. 한 친문 의원은 “출소하면 김 전 지사 중심으로 모이자는 주장도 있지만 국민 정서가 중요하다”며 “일부는 김동연 경기지사 쪽에 서자는 의견을 내거나 새로운 주자를 키우자는 말도 하나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최근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문 전 대통령 측근들이 자주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에서 별다른 영향력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과 친명,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까지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지도부’ 출범 전 ‘당헌 80조’까지 개정해 이 의원이 기소돼도 당대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실상의 ‘방탄법’도 빠르게 처리하려는 분위기다. 야권 관계자는 “이 의원의 대선 패배 후 빠른 복귀와 당 장악이 민주당에서는 박수 받고 있지만 민심과는 다르다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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