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베이브 루스가 왔다

김상윤 기자 2022. 8.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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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한시즌 10승·10홈런 역대 두번째.. 104년만에 전설과 나란히

베이브 루스는 1914년부터 1935년까지 미 프로야구(MLB)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야구 선수다. 1948년 사망한 그의 이름이 최근 쉴 새 없이 언급된다. 바로 일본의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 때문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는 올 시즌에도 루스가 100여 년 전 남긴 발자취를 끊임없이 따라가고 있다.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메이저리그 140년 역사상 최고 선수로 꼽히는 베이브 루스의 104년 묵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타니는 10일 승리 투수가 되며 1918년의 루스 이후 역대 두 번째로‘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홈런’을 달성했다. /AFP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

◇104년 만의 10승-10홈런

오타니는 10일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투수 10승-타자 10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링센트럴 콜리세움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벌인 메이저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투수 겸 2번 타자로 출장,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5대1 승리를 이끌며 시즌 10승(7패)을 거뒀다.

전반기에 9승을 거둔 그는 후반기 앞선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 불운 속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네 번째 10승 도전이었던 이날 3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상대 타자 타구에 왼쪽 다리를 맞았음에도 계속 마운드에 오르며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7회초 타석에서 5-0으로 달아나는 솔로 홈런(시즌 25호)을 쏘아 올린 그는 7회말을 앞두고 다리 통증을 다시 느껴 교체를 결정했다. 팀이 5대1 승리를 거두며 오타니는 시즌 10승(7패)을 거뒀다.

10승-10홈런은 14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도 두 번밖에 나오지 않은 희귀한 기록이다. 루스가 19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수 겸 타자로 뛰며 13승(7패)을 거두고 11홈런을 친 것이 앞서 유일한 기록이었다. ‘10승-20홈런’으로 한정하면 오타니가 역대 최초다.

오타니의 기록은 또 ‘라이브 볼 시대’에 세워진 최초의 기록이란 점에서 더욱 빛난다. 라이브 볼 시대는 공인구 반발력이 높아져 타자에게 유리해진 1920년 이후를 말하는데, 루스도 1920년부터는 전업 타자로 전향해 투수로 거의 등판하지 않았다.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 시절에도 두 차례(2014·2016년) 10승-10홈런을 기록했다.

◇이치로도 넘었다

오타니는 한 세기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음에도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일본 매체 등과 인터뷰에서 “그저 투수와 타자를 같이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투타 겸업이 흔해진다면 평범한 기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 대행은 “오타니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특별한 일을 해내는 것 같다. 그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며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타니는 이날 스즈키 이치로의 기록도 돌파했다. 빅리그 통산 118홈런을 기록하며 이치로(117개)를 넘어 일본인 메이저리거 역대 홈런 2위에 자리했다. 1위는 175홈런을 친 마쓰이 히데키다. 오타니는 또 삼진 5개를 잡으며 개인 통산 1000탈삼진 고지(1003개)도 넘어섰다. NPB에서 5년 동안 85경기에서 삼진 624개를 잡아낸 그는 MLB 54경기에서 삼진 379개를 쌓았다. 9이닝당 탈삼진 수가 일본(10.34개)보다 미국(11.58개)에서 더 많다.

오타니는 “이치로의 기록 중 일부라도 넘을 수 있어 영광이고, 앞으로도 홈런을 더 치고 싶다”며 “시즌 중에는 내 기록에 있는 숫자가 잘 와닿지 않는다. 시즌이 끝난 뒤 어땠는지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미국 매체도 앞다퉈 오타니의 대기록 달성 소식을 전했다. MLB닷컴은 “수퍼스타 오타니가 하룻밤에 세 개의 업적을 추가했다”며 “우리 모두는 역사가 쓰이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AP통신은 “투웨이(two-way) 센세이션을 일으킨 오타니가 또 다른 기념비적인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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