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베이브 루스가 왔다
베이브 루스는 1914년부터 1935년까지 미 프로야구(MLB)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야구 선수다. 1948년 사망한 그의 이름이 최근 쉴 새 없이 언급된다. 바로 일본의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 때문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투타 겸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는 올 시즌에도 루스가 100여 년 전 남긴 발자취를 끊임없이 따라가고 있다.
◇104년 만의 10승-10홈런
오타니는 10일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투수 10승-타자 10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링센트럴 콜리세움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벌인 메이저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투수 겸 2번 타자로 출장,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5대1 승리를 이끌며 시즌 10승(7패)을 거뒀다.
전반기에 9승을 거둔 그는 후반기 앞선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 불운 속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네 번째 10승 도전이었던 이날 3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상대 타자 타구에 왼쪽 다리를 맞았음에도 계속 마운드에 오르며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였다. 7회초 타석에서 5-0으로 달아나는 솔로 홈런(시즌 25호)을 쏘아 올린 그는 7회말을 앞두고 다리 통증을 다시 느껴 교체를 결정했다. 팀이 5대1 승리를 거두며 오타니는 시즌 10승(7패)을 거뒀다.
10승-10홈런은 14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도 두 번밖에 나오지 않은 희귀한 기록이다. 루스가 19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투수 겸 타자로 뛰며 13승(7패)을 거두고 11홈런을 친 것이 앞서 유일한 기록이었다. ‘10승-20홈런’으로 한정하면 오타니가 역대 최초다.
오타니의 기록은 또 ‘라이브 볼 시대’에 세워진 최초의 기록이란 점에서 더욱 빛난다. 라이브 볼 시대는 공인구 반발력이 높아져 타자에게 유리해진 1920년 이후를 말하는데, 루스도 1920년부터는 전업 타자로 전향해 투수로 거의 등판하지 않았다.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 시절에도 두 차례(2014·2016년) 10승-10홈런을 기록했다.
◇이치로도 넘었다
오타니는 한 세기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음에도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일본 매체 등과 인터뷰에서 “그저 투수와 타자를 같이 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투타 겸업이 흔해진다면 평범한 기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 대행은 “오타니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특별한 일을 해내는 것 같다. 그와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며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타니는 이날 스즈키 이치로의 기록도 돌파했다. 빅리그 통산 118홈런을 기록하며 이치로(117개)를 넘어 일본인 메이저리거 역대 홈런 2위에 자리했다. 1위는 175홈런을 친 마쓰이 히데키다. 오타니는 또 삼진 5개를 잡으며 개인 통산 1000탈삼진 고지(1003개)도 넘어섰다. NPB에서 5년 동안 85경기에서 삼진 624개를 잡아낸 그는 MLB 54경기에서 삼진 379개를 쌓았다. 9이닝당 탈삼진 수가 일본(10.34개)보다 미국(11.58개)에서 더 많다.
오타니는 “이치로의 기록 중 일부라도 넘을 수 있어 영광이고, 앞으로도 홈런을 더 치고 싶다”며 “시즌 중에는 내 기록에 있는 숫자가 잘 와닿지 않는다. 시즌이 끝난 뒤 어땠는지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
미국 매체도 앞다퉈 오타니의 대기록 달성 소식을 전했다. MLB닷컴은 “수퍼스타 오타니가 하룻밤에 세 개의 업적을 추가했다”며 “우리 모두는 역사가 쓰이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AP통신은 “투웨이(two-way) 센세이션을 일으킨 오타니가 또 다른 기념비적인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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