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갈라진 흑돌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2. 8.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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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1회전 제3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김명훈 八단 / 黑 설현준 七단

<제9보>(87~93)=1999년생인 설현준은 전투형으로 분류된다. 초·중반 반면(盤面) 구상력이 특히 탁월하다. 하지만 중반 이후 역전당하는 경우도 잦다. 주변에선 그의 이 같은 뒷심 부족 현상을 기량 아닌 심리적 측면에서 찾는다. 큰 승부를 맞이했을 때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위축되는 약점을 털어낸다면 한 단계 더 도약할 기재(棋才)라는 것.

87로 뻗은 수가 초점을 벗어났다. 참고도를 보자. 1로 단수 쳐 좌하귀 백 대마를 위협해 볼 찬스였다. 패를 볼모 삼아 못 이기는 척 3, 5를 차지하고 6을 강요한다. 그런 뒤 7~11로 형태를 정비하면서 중앙 백세를 견제하는 작전으로 갔으면 흑이 우세를 장악할 수 있었다. 연결하면 강해지고 차단당하면 쫓기는 게 바둑돌의 생리다. 87은 반격을 고려하지 않은 큰 실수였다.

88이 당연한 반발. 붙여넘는 수가 사라지면서 흑 대마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났고 형세도 난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흑이 양쪽을 수습하느라 분주히 움직일 동안 백은 92까지 외곽 봉쇄에 심혈을 기울인다. 93은 맥점이지만 먼저 ‘가’로 단수 치고 팻감으로 활용할 곳. 계속해서 백 ‘나’의 양보를 받아낸 뒤 ‘다’로 젖혀 타개했으면 아직 알 수 없는 형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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