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41] '조선물산장려가'에서 '다누리호'까지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2022. 8.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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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하나를 앞에 두고 있다. 조선일보 1926년 8월 30일 자에 실린 ‘조선물산장려가’다. 물산장려운동은 1920년대 초반 조만식·오윤선 등이 애국계몽의 일환으로 시작한 국산품 애용 운동이다. “남이 만든 상품을 사지 말자. 사면 우리는 점점 못살게 된다”라고 광고했던 물산장려운동은 평양을 시작으로 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1926년에는 중앙번영회에서 ‘물산장려의 날’을 거행하면서 노래를 현상 공모했다. 80여 편 노랫말이 응모되었고, 이 중 당시 16살의 윤석중(1911~2003)이 지은 ‘조선물산장려가’가 당선되었다. 이미 소년 문사(文士)로 이름을 알린 윤석중은 ‘조선물산장려가’ 덕분에 다시 한번 천재 소년으로 신문에 소개되었다. 그리고 잡지 ‘어린이’에는 부상으로 받은 자개책상과 함께 찍은 윤석중의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조선물산장려가’의 노랫말 중 그 취지가 가장 잘 드러난 3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조선의 동무들아 이천만민아/ 자작자급(自作自給) 정신을 잊지를 말고/ 네 힘껏 벌어라 이천만민아/ 거기에 조선이 빛나리로다/ 거기에 조선이 빛나리로다”. 노랫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우용·김영환·이상준 세 사람이 각각 이 노랫말로 작곡을 했는데, 최종적으로 피아니스트 김영환의 곡조가 채택되었다.

4분의 4박자, 10마디, 다장조로 이루어진 ‘조선물산장려가’는 높은 솔에서 솔로, 레에서 높은 솔로 진행하여 음정의 도약이 큰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점음표를 많이 사용하여 리듬감을 강조해 생동감이 잘 드러난다. 이 노래를 기생들에게 익히게 한 후, 일반인에게도 유행시킨다 했는데 실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렀는지는 알 수 없다. 언젠가 우연히 듣게 된 ‘조선물산장려가’는 다른 곡조의 노래였다. 어떤 할머니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며 나직이 흐르는데 노랫말이 윤석중의 ‘조선물산장려가’였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할머니가 부른 ‘조선물산장려가’는 음정의 도약이 크지 않아서 김영환이 작곡한 곡조와 달랐다. 앞으로 이 노래의 곡조는 더 알아볼 일이다.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말이 무색한 시대를 살고 있다. 현재는 미용, 음식,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이른바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8월 5일에는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BTS의 ‘다이너마이트’ 동영상을 싣고 우주로 갔다. 우주 인터넷 장비를 실험하기 위해서인데, 이것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우주에서 BTS의 음악 동영상을 받아보게 될 것이다. 격세지감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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