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안전자산으로.. 7월 정기예금 31조원 폭증

김은정 기자 2022. 8. 11.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리 오르자 '逆머니무브'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도로변에 시중은행 예금 금리 광고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뉴스1

“입출금계좌 개설 20일 제한에 걸려 4%대 정기예금 특판에 가입하지 못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40대 주부 A씨는 지난 9일 죽변수협 수도권 지점이 판매한 연 4.5% 정기예금(2년 만기) 특판을 놓쳤다. 하루 전날, 영광군수협이 내놓은 1년짜리 연 4.1% 정기예금에 가입하기 위해 입출금계좌를 만든 탓에 ‘20영업일 이내 신규 계좌 개설 제한’ 규정에 묶인 것이다. 이 특판은 나온 지 하루 만에 500억원 한도가 소진됐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정기예금과 채권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올 들어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의 침체로 갈 곳을 잃었던 시중 부동 자금이 안전 자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품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모두 연 3%를 넘겼고, 저축은행 예금 평균 이율은 연 4%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7월 은행 정기예금 사상 최대 폭 증가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표적인 부동 자금으로 꼽히는 은행 수시입출식예금은 지난 7월 한 달간 53조3000억원이나 줄었다. 이는 2002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7월 한은이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저축성 예금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자 유동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 정기예금은 사상 최대치인 31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은행 정기예금은 올해 1~7월에 총 77조7000억원 늘며 저금리였던 작년 1~7월(2조6000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 자금의 유입, 은행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 유치 노력 등으로 정기예금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한국전력 같은 우량 회사채와 안전한 국고채, 금융채를 사려는 채권 선호 현상도 뚜렷하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이 장외채권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3조685억원으로 전월(1조3327억원)의 2배가 넘었다. 채권 종류별로는 회사채가 1조1422억원으로 가장 컸고, 기타 금융채 1조986억원, 국채 4115억원, 은행채 2008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은 올 상반기에만 5조1000억원어치를 사들여 이미 작년 연간 순매수 규모(4조5412억원)를 앞질렀다. 외국인들도 국내 채권을 집중 매수해 채권 보유 잔액(233조5341억원)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4개월 만에 감소 전환

금리 인상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7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1조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도 5월 3.4%, 6월 2.7%, 7월 1.7%로 낮아지고 있다.

대출 유형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집단·전세자금 대출 취급 증가로 2조5000억원 늘었으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3조6000억원 급감하며 전체적으로 감소했다. 감소 규모는 은행권이 3000억원, 2금융권이 8000억원이다. 7월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금융위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신용대출 상환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지난달 6%대에 진입하는 등 급격히 오르자 서둘러 대출을 상환하는 차주가 늘고 있다.

한편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크게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12조2000억원 증가해 6월(6조원)의 2배를 웃돌았다. 7월 기준으로는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 중소기업 대상 코로나 금융 지원이 지속되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자 은행이 기업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증가 규모가 상당 폭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 대출이 개인사업자 대출(2조원)을 포함해 6조8000억원 늘었고 대기업 대출도 5조4000억원 증가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7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