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계 대출 불균형 심화..부작용 우려

이주혜 2022. 8.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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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가계대출 감소에도 기업대출 최대폭 증가
기업대출, 가계대출과 달리 신용대출 중심
자본비율 하락·채무조정 차질 부작용 우려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은행권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줄어드는데 기업대출은 역대 최대폭으로 늘어나며 증가세다. 금리인상으로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면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하고 취약차주 대출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하는 반면 기업대출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대출의 증가폭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2022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줄었다. 반면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2조2000억원 늘어난 1137조4000억원으로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증가폭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81조6743억원으로 지난해 말 635조8878억원에서 45조7865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대기업대출의 상승폭이 컸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 잔액은 94조636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4.83%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은 587조379억원으로 6.06% 증가했다.

금리 상승기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가계대출은 감소세다. 기업들은 채권시장 침체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대출을 늘리는 추세다. 대기업들은 앞으로의 금리인상과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은행 대출로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로 가계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대출 중심의 여신 전략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일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실수요 중심의 전세자금대출 등으로 가계대출을 늘리려 노력 중이지만 크게 늘지는 못할 것 같다"며 "하반기에도 기업대출 중심으로 대출 전략을 짰다"고 언급했다.

인터넷은행도 기업대출 시장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케이뱅크는 최근 진행 중인 경력직 공개채용에서 중소기업(SME) 대출 상품 기획과 기업 신용평가모형 개발 담당자를 채용 중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5월 개인사업자 대상 '사장님 대출' 출시에 이어 기업대출 시장에 나설 계획"이라며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4분기 개인사업자 대상 금융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2월 개인사업자 대상 '사장님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 감소와 기업대출 증가 흐름이 지속하면서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한다.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가계대출 여력이 줄고 취약차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중심의 기업대출은 신용대출이 대부분이다 보니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자본비율이 하락하면서 은행의 대출여력이 줄어들게 된다"며 "이에 가계대출 여력이 줄고 취약 차주의 채무조정 이슈를 해결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대출의 비중이 크지만 기업대출은 대부분 신용도에 따라 무보증대출이 이뤄지는 등 건전성 측면에서 열위하다"면서도 "은행들은 이에 대비해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대출은 늘어나는데 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이 빠져나가는 점도 문제"라며 "시중은행이 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를 높여 고금리 예금 경쟁이 가속화되면 비은행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88조3442억원으로 전월보다 37조3367억원 줄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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