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하고도 5개월 지났는데..'갈등'만 남은 대구 이슬람 사원

김현수 기자 2022. 8. 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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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재개로 인근 주민과 무슬림 유학생 간 몸싸움 벌어져
경북대, 주민·건축주 동의 때 대학에 예배공간 마련 검토키로
11일 대구 북구 대현동 한 주택가에 있는 이슬람 사원 건축공사장. 북구청이 지난해 2월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뒤 1년 5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김현수 기자

“대현동 이웃 여러분, 우리 이슬람 신자도 사람이며 이 동네의 구성원입니다.”

11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담벼락에는 빗물에 젖은 색바랜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이날은 북구청이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중지 통보를 한 지 542일째 되는 날이다. 1년하고도 다섯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지역 주민과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의 갈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골목 곳곳에는 여전히 ‘저희의 삶의 터전을 빼앗지 말아 주세요’ ‘이슬람 사원 건축 결사반대’ 등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다만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테러의 온상 이슬람사원 절대 반대’ ‘이슬람은 사람을 죽이는 악마 종교다’ 등의 무슬림에 대한 혐오표현과 허위정보가 들어간 펼침막은 사라졌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북구청이 비록 주민 민원이라는 중립적 이유를 근거로 공사중지를 통보했다고 하나 결과적으로는 이슬람교라는 종교에 대한 주민들의 혐오와 차별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북구청이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에 편승해 합리적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시켰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또 북구청이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현수막, 팻말을 적극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서문 입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인 사원 건축공사장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임시로 만든 엷은 황갈색 철판 문에는 청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한 ‘방해금지 가처분 공시문’이 붙어 있었다. 공시문에는 ‘건물의 증축 공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지만, 건축주 중 한 명인 칸 이스마일은 법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이슬람 사원 건축 공사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인근 주민이 막고 있는 모습. 칸 이스마일씨 제공

그는 “공사장 입구를 차로 막아두거나, (일부 주민은)공사 차량이 못 들어가게 바닥에 드러누워 방해하고 있다”며 “주말인 지난 7일에는 공사를 방해하는 주민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혹시나 다칠까 봐 공사를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2일 북구청에서 주민대표와 만나기로 했다. (원만한 협의가 없으면 일부 주민을)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하고 공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2014년 현재 공사가 중단된 부지에 있는 주택(60㎡)을 사들여 예배 활동을 했다. 낡고 좁은 주택은 라마단 때 유학생 모두를 수용할 수 없었다. 유학생들은 2020년 인근 주택을 추가로 사들여 이슬람 사원(245㎡)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주민과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소음·냄새·무서움·집단적 의식행위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안을 이유로 사원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인근 주민 김모씨(60) “처음에는 유학생들이 타지에서 고생한다는 생각에 주민 모두 참았다. 라마단 때 많은 무슬림이 모여도 큰 소리 한번 낸 적 없다”며 “사원은 다른 문제다. 주택밀집가에 사원은 말도 안 된다.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북구청은 12일 이슬람 사원 건축주 7명과 주민대표와의 간담회를 통해 갈등 해결 실마리를 모색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북구청은 현재 건립 중인 이슬람사원과 비슷한 규모의 종교활동 시설을 경북대 내부에 건립하는 방안을 건축주에게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유학생들을 유치한 경북대가 원인 제공자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에서다.

11일 대구 북구 대현동 한 주택가에 있는 이슬람 사원 건축공사장. 엷은 황갈색 철판 문에는 청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한 ‘방해금지 가처분 공시문’이 붙어 있었다. 김현수 기자

지난해 4월 대구참여연대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경북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경북대 대학본부가 이슬람 문화권 유학생을 유치했다는 것은 그들의 문화 역시 수용했다고 봐야 한다. 그들에게 ‘종교는 고국에 두고 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학본부 측도 적절한 조치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최근 사원 건축공사장 인근 주민과 경북대 관계자 등이 간담회를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주민과 건축주 모두가 동의할 경우 학내에 기도공간(200여명 수용)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경북대 측이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구청은 학교 안에 기도공간이 들어서게 되면 현재 공사가 진행되는 부지를 사들여 주민 커뮤니티 센터 또는 다문화센터 등으로 만드는 방안을 살펴본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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