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방 예산 삭감은 민주당 다수인 시의회 탓? [FACT IN 뉴스]
서울시가 이미 700억원 가까이 삭감한 예산 제출
시의회, 상임위서 수방 예산 430억 증액 요구 기록
2022년 서울시 및 교육청 예산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치수 및 하천 관리 부문에서 357억원, 하수시설 관리 348억원 삭감한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서울시 예산과에 따르면 이 중에서 수방과 치수 사업에 대한 예산은 649억원이었다. 즉 시의회가 삭감하기 전부터 이미 650억 가까이 삭감한 상태로 예산을 제출한 것이다.
민주당 시의회에서는 삭감된 예산이 노후화됐거나 침전물 등이 많이 쌓인 하수도 등을 정비하는 사업에 쓰이는 예산이라 이번 폭우를 대비하는 역량이 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한다.
박유진 행정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1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하수도의 경우 주기적으로 개·보수 해야 물난리가 났을 때 이 하수도를 통해서 물이 순환되고 배출된다”며 “대심도 터널이나 이런 거대 인프라가 부족해서 침수를 못 막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왜 예방 조치에 필요한 사업 예산을 삭감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도에 쌓인 침전물 등을 청소하고 정비하는 일은 예년과 똑같이 진행했다”며 “다만 새로운 하수관, 관로를 설치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관들을 교체하는 데 쓰이는 예산을 줄인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하지만 시의회 회의록 등에 따르면, 시측의 해명은 불충분하다.
이에 대해 당시 물순환안전국장이었던 한유석 국장은 “예산 작업하는 과정에서는 저희의 의견이라기보다 아마 실링이 정해져서 이렇게 내려왔다”며 “실링 범위를 우리가 좀 많이 극복해야 되는데 극복을 못 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지는 질문에도 “필요한 사업들에 대해서 좀 설명을 하고 추가 요청을 한 바 있으나 그게 다 반영되지는 않았다”며 “부족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즉 윗선에서 치수 예산 범위가 이미 줄어든 상태였고 담당 부서에서도 수해 대비를 위한 증액의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이를 예산에 다 반영하지 못했던 셈이다.
시의회가 거꾸로 수방 및 치수 예산을 증액하려고 했던 기록도 있다. 상임위인 도시안전관리위원회가 작성한 2022년도 물순환안전국 소관 세입 세출 예산안 수정안에 따르면, 시의회는 공기업 하수도사업특별회계 예산을 430억원가량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의회는 예산을 삭감할 수는 있지만 증액은 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 시의회 측은 서울시 기조실이 증액에 동의를 하지 않아 증액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감액만 됐다는 입장이다.
또 시의회가 감액한 물순환안전국 예산 중에는 정릉천 문화복합공간, 홍제천 역사문화거리 조성 등 서울시가 추진하는 이른바 ‘지천 르네상스’ 사업, 60억원 가까이 소요되는 ‘청계하수역사체험관 조성’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시의회가 예산을 줄인 것은 맞지만, 여기에는 상당부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경관용 사업이 포함돼 있다.
정진술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초구 서운로 일대 저지고수로 사업 예산 등을 감액했는데 그 이유는 시에서 올해 안에 사업을 시작을 못 할 것 같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안에 시행될 사업이 아니라 올해 예산에서 제외해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심도 터널 있었으면 강남역 침수 막을 수 있었나
서울시와 여권에서는 또 오세훈 시장이 이전 시장 시절 잡아뒀던 수방 치수 예산을 박원순 전 시장이 삭감했기 때문에 수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양천과 달리 강남에는 대심도 터널을 설치하기 더 어렵고, 이를 설치하는게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 보다 세밀한 검토와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남은 양천과 달리 물이 빨리 모이는 지형이라 도로에 빗물받이가 많아야 하고 관로가 넓어야 물을 빨리 터널로 보낼 수 있다”며 “그러나 강남역 현장을 가서 보면 물구멍이 부족하고 관로가 유지관리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도로에는 물이 차 있는데 관로에는 물이 절반도 차 있지 않았다. 도로 배수시설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 시절 대규모 토목공사 예산을 삭감한 것은 맞지만, 단순 ‘수방 및 치수’ 예산은 2020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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