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도박했는데..아모레의 이해 안되는 '처벌불원서'

서지영 2022. 8.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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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급 대거 팀원으로 강등
회삿돈 횡령한 경제사범에는 처벌불원서 제출한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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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간판 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수십억 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전 직원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검찰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빈축을 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아모레) 내부는 물론 업계 안팎에서는 "수십 년 간 조직에 충성한 직원들을 상대로 명예퇴직을 받고 팀장들을 팀원으로 강등시킨 아모레가 경제사범에게는 동료애(?)를 발휘하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는 지난달 28일 검찰에 회삿돈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전 직원 3명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처벌불원서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다.

그러나 아모레가 나서서 처벌을 면해달라고 요청하기에는 죄질이 지나치게 불량하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담당이었던 전 직원 3명은 수년에 걸쳐 거래처에 상품을 공급한 뒤 대금을 착복하거나 허위 견적서 또는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산 35억원을 횡령했다. 이들은 상품권 현금화 등의 편법도 서슴지 않았고, 착복한 회삿돈으로 주식과 가상자산(가상화폐)에 투자하거나 불법 도박을 일삼았다. 일부는 동료까지 범행에 끌어들일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아모레는 내부 정기 감사를 통해 횡령 사실을 파악한 뒤 즉시 해고와 함께 경찰 고소 절차를 밟았다. 또 횡령액을 되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영업 활동 전반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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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의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컸다. 횡령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4거래일 연속 곤두박질쳤다. K뷰티 대들보로 불리던 뷰티 대기업 아모레의 명성은 물론 성실하게 근무하던 직원들의 자부심도 바닥에 떨어졌다. 아모레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횡령 소식이 전해진 뒤 아모레 직원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상상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면서 부끄러워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모레 측은 검찰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아모레 관계자는 "세 명의 피의자 모두 내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며 피해 금액 중 상당액을 변제했다. 또 잔여 금액에 대한 성실한 변제도 약속해서 회사 차원에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다만, 죄의 유무 판단은 법원의 판단 영역이고 처벌불원서는 양형 결정에만 참작되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이다.

아모레는 지난 1일 임원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브랜드영업·경영지원을 맡던 1970년대 생 팀장 20여 명을 하루아침에 팀원급으로 끌어내렸다. 익명 직장인 게시판인 '블라인드'에는 "21세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가" "사실상의 퇴직 요구"라는 글이 적지 않았다.

아모레는 2020년에도 창사 이래 첫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사측은 권고사직 리스트를 만들어 저성과 장기 근속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면담을 요청하는 등 사실상 퇴직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뷰티업계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10~20년 회사에 충성한 직원들은 거침없이 잘라내면서 아모레에 큰 해를 입힌 명백한 범죄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동료애를 발휘 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횡령 혐의를 받는 전 직원 중 한 명은 과거 아모레퍼시픽에서 임원을 지낸 인사의 자녀인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것이 처벌불원서 제출 배경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처벌불원서로 양형에 도움을 준다면 현재 아모레에서 일하는 조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은가"라며 "충성스러운 직원은 막 대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범죄자를 용서를 해주는 꼴이다. 기강 해이로 연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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