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 간 스리랑카 전 대통령, 비자 만료돼 태국으로 거처 옮겨
반정부 시위대에 쫓겨 해외로 도피한 후 사임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스리랑카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태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태국 수도 방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싱가포르 비자가 11일에 만료된다며 그가 태국에서 임시 주거지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이날 태국 방송에는 라자팍사와 그의 아내로 추정되는 여성이 방콕 돈므앙국제공항 VIP 홀 밖에서 리무진을 타고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태국 외교부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망명 의도가 없으며, 그가 외교 여권을 갖고 입국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여권으로는 태국에 90일간 머무를 수 있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도 전날 “이것은 인도주의적 이슈로 일시 체류라는 점에 합의했다”면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태국에 있는 동안 어떤 정치적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이 급습당하자 군 기지로 긴급 대피한 후 해외로 도피했다. 그는 몰디브를 거쳐 싱가포르로 이동했으며, 지난달 14일엔 국회의장에게 e메일로 사임계를 제출했다. 이후 라닐 위크레마싱헤 총리가 국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새 정부는 치안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콜롬보 곳곳에서는 시위대 체포와 비상사태 연장 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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