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징광장에 대한민국이 없다 [이규화의 지리각각]

이규화 입력 2022. 8. 12. 11:40 수정 2022. 8. 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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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 참나무과 녹지, 상록수 없어 아쉬워
흙더미 돌무더기 거대 유구전시관, 필요했나
무조건적 유물보존 집착, 역사 강박증 아닌가
동상과 기념물 '조선' 일색, '대한민국' 실종
'이승만광장'으로 불려, 이승만 동상 세워야

거대한 중앙분리대라 불리던 광화문광장이 '절반의 공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너비 60m로 허리가 두툼해진 광장은 키 큰 나무들이 제법 위용을 뽐낸다. 길이가 520m에 이르고 전체 면적은 4만300㎡(1만2200평)에 달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 겸 공원이다. 이전보다 2.1배 넓어졌다. 나무와 풀이 식재된 녹지는 그 4분의1 9400㎡(2800평) 정도 차지한다. 나무 그늘이 있고 벤치도 설치돼 쉼터로서 기능도 기대된다. 이순신 장군상 앞 분수는 아예 '물놀이 마당'으로 내주어 한여름에는 아이들이 시끌벅적 뛰놀게 했다.

광장은 누가 봐도 업그레이드 됐다. 1년 9개월 동안 노고를 많이 들였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광장을 만드는데 기여한 이들의 이름이 한쪽 귀퉁이 석판에 적혀있다. 아무리 잘 된 공사(工事)라도 마무리 이후까지 말이 많기 마련이다. 각자 보는 시각과 가진 취향이 달러서다. 광화문광장도 예외가 아니다. 벌써 갑론을박이 나온다. 그만큼 광화문광장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어서일 것이다. 그게 나쁘다 할 수 없다. 운영과 향후 개선작업에 참고할 자양분이다. 기자는 세 가지만 참견하고 싶다.

◆녹지 작고 식재된 나무 종류도 아쉬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추진하면서 서울시는 나무숲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5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블록을 지어 3~4열로 줄지어선 나무들은 숲이라 하기엔 좀 성글다. 광장이란 콘셉트 때문에 자연물이나 인공물을 줄여 열린 공간을 확보하려다보니 자연히 나무식재 구역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광장과 공원 개념을 함께 갖추려니 숲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어정쩡한 모습이다. 이순신 장군상에서 북쪽을 바라보아 광화문-경복궁-청와대-북악산-삼각산으로 이어지는 시야 확보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걸 감안해도 지금보다 동쪽으로 1열 정도만 더 나무를 식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식재된 나무(키큰 나무)들도 2%(98%는 만족스럽다) 부족하다. 토착 수종 위주로 식재한다는 원칙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느릅나무과와 참나무과 나무들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청사 앞의 홍송, 광화문 네거리에 기존에 있던 칠엽수, 군데군데 심겨진 산벗, 청단풍, 당단풍, 복자기, 마가목, 물푸레나무 등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본진이 아니다. 수종이 단조롭다는 느낌이다.

반면 느릅나무과 팽나무는 단연 주인공이다.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의 키 큰 팽나무는 광장의 중심에서 '당산나무' 역할을 한다. 팽나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낙엽활엽수 중 하나로 수형(樹形)이 멋지다. 최근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소재로 등장해 갑자기 시선을 끄는 중이다. 수종 선별은 드라마 이전에 했을 텐데, 마침 시류를 잘 탄 것 같다. 그러나 팽나무를 비롯해 광장의 나무들은 대부분은 위 두 과의 낙엽활엽수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녹지의 통일성과 어떤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수종의 선택이 일리가 있다. 느릅나무와 느티나무, 떡갈나무와 굴참나무를 한자리에서 비교하며 감상하는 맛도 괜찮다. 하지만 조선시대 육조는 물론이고 현재도 관청가 일부를 형성하고 있는데, 예부터 관(官)이나 공직을 상징하는 회화나무가 없는 것은 의외다. 회화나무는 한국과 중국이 원산지로 수형도 아름답다.

광장 북편의 홍송을 제외하면 모두 낙엽활엽수라는 것도 좀 아쉽다. 동절기에 모두 나목(裸木)이 될 텐데 좀 소슬하지 않을까 싶다. 상록활엽수인 사철나무 성목(成木)을 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철나무 성목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사철나무는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북방한계선이 경기도와 강원도여서 서울에서도 잘 자란다. 최고 5~8m까지 자라는 중키의 교목으로서 훌륭한 정원수가 될 수 있다. 겨울에도 중 키의 활엽상록수가 앙상한 낙엽수들 사이에 듬성듬성 들어서 녹색 풍경을 자아내면 한결 광장이 생동감 있을 것이다.

광장 녹지의 다양성과 균형을 생각하면 우리 고유 수종으로 세계인이 사랑하는 구상나무도 한 번쯤 생각해봄직하다. 제주도가 원산지인 구상나무는 상록침엽수로 수형이 특히 늠름하고 균형잡혀 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최고로 꼽힌다. 광화문에 식재된다면 큰 인기를 끌 것임은 불문가지다. 문제는 내한성(耐寒性)이다. 구상나무의 북방한계선은 지구 기온상승으로 현재 많이 올라왔지만 아직은 서울에 못 미친다. 그런데 일부 유목(幼木)이긴 하지만 서울에도 관상수 수준에서 자라고 있다. 서울로7017에 식재된 구상나무는 여러 해를 거쳤지만 아직 건재하다. 광화문광장에도 구상나무 식재를 시도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용을 많이 들인 사헌부 유구, 과연 필요할까

서울시는 "사헌부 문 터 전시장은 이 일대의 발굴에서 나온 매장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 공사를 하면서 발굴된 것은 배수로와 우물, 사헌부 청사의 담장과 출입문 터, 행랑 유구(遺構) 등이다. 전시장 시설은 한국 전통 가옥의 처마 곡선을 살려 지었다고 한다. 광화문광장에 새로 들인 인공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시설이다. 한눈에 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을 것 같다.

그러나 유구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문화재에 전문적 식견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냥 흙더미와 돌무더기일 뿐이다. 안내 푯말에는 담장, 문 터, 우물, 배수로가 표시돼 있지만, 그것이 당시든 현재든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설명이 돼 있지 않다. 일반 국민과 관광객들 입장에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의미 있는 학습효과나 지식습득을 할 수 없는 시설을 너무 과하게 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유구시설은 유행이다. 서울 중심에 산재해 있다. 광화문광장 근처만 해도 종로1가 D타워, 그랑서울 빌딩, 종각 센트로폴리스빌딩 등에도 있다. 법에 의해 조성이 의무화돼 있는지, 최근 건축되는 시내 중심의 큰 빌딩에는 유구 전시관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장소적 맥락에서 설치하는 것 같은데, 박물관이나 기념관 안으로 들여 보존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너무 과거에 매몰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일종의 '과거에 대한 강박관념'이다. 과거를 무조건 보존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지울 건 지우고 떠나보낼 건 떠나보내야 새 것을 들일 공간이 넓어지는 법이다. 사헌부 유구도 혹여 우리 역사문화계에 존재하는 '문화재 마피아'의 입김 때문에 생긴 건 아닌지 궁금하다.

비단, 사헌부 유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 광화문 앞은 월대 공사를 벌이고 있다. 월대는 돌로 단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앞 모퉁이에 해치상을 놓는 것 외에 그냥 비워둔 돌 대(臺)다. 역사 복원 차원에서 월대도 복원한다고 한다. 복원 좋다. 그런데 그 월대 때문에 광화문 앞을 지나는 사직로가 크게 구부러졌다. 광화문에서 광장 쪽으로 40m 정도를 파고들었다. 그로 인해 광화문광장 북쪽 40m가량이 깎아먹혔다. 월대 복원 공사는 지금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 앞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광화문과 대한문의 월대 복원은 달리 봐야 한다. 대한문 월대는 앞 부지가 울퉁불퉁하고 고르지 못해 월대를 복원해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광화문 월대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전통 행사를 할 공간을 찾는다면 광화문 안쪽 광화문과 흥례문 사이의 너른 공터를 이용하면 된다.

사헌부 유구는 앞으로 존치의 가치를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적어도 규모를 확 줄이거나 모형으로 제작해 보존하면 될 것이다. 무조건적 '과거 강박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민국 상징광장에 대한민국이 없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 있다. 삼척동자도 대한민국의 중심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두 차례 적잖은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재구조화를 거친 것도 바로 그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광화문광장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와야 하는지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했다. 광화문 앞길 세종대로는 조선 건국 이래 주요한 길이었으나, 본격적인 상징성이 부여된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후다. 특히 건국 이후 광화문 앞 세종대로에 각 정부 청사들과 기업들의 본사가 들어서면서 상징성이 부각됐다. 광화문광장이 상징하는 것은 결국 조선시대가 아니라 대한민국시대인 셈이다. 대한민국도 어언 77년이란 역사의 층(層)을 형성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시설물과 기념물들을 보면 대한민국 현대사보다는 조선시대에 멈춰있다. 대한민국 상징거리가 아니라 조선시대 상징거리다. 유이(唯二)한 동상이 조선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지하 전시관도 두 인물에 관한 기록과 자료들이다. 대한민국 상징 거리인데 대한민국은 찾을 수 없다. 광화문광장 동편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그곳과 연계하는 측면에서도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숨결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얼추 10여 년 전부터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을 기려 '이승만광장'으로 불러오고 있다. 우남과 광화문광장은 인연이 깊다. 대한민국 제헌 국회가 1945년 5월 31일 이곳 광화문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건물, 1996년 해체)에서 개원해 이승만이 초대 국회의장으로 선출됐고, 그해 8월 15일 역시 이곳에서 이승만이 초대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건국을 선언했다. 그가 대한민국 국체(國體)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정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열풍이 노도와 같이 번졌지만 유라시아대륙 극동의 한반도라는 남쪽 귀퉁이에 있는 대한민국은 과감하게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다. 거기서 대한민국 번영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이는 이승만이라는 한 걸출한 정치인이자 사상가의 혜안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 인물이 활동한 무대가 광화문 구역이다. 그런가 하면 광화문광장은 이승만의 하야를 결과한 1960년 4·19혁명의 완결지라는 의미도 갖는다.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성립 및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장소다. 광화문광장 상징성이 대한민국의 건국과 함께 발전과 연계돼 있는 만큼, 이승만 대통령과 더불어 박정희 대통령과의 관계도 밀접하다 할 수 있다. '과거강박'이라 할 만큼 온통 '조선'뿐인 광화문 광장에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인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백배 양보해 적어도 그 두 인물 가운데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은 광화문 광장에 세워져야 한다고 본다.

물론 아직도 좌파와 우파간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그러나 그가 영면한 지도 57년이 지났고 공과(功過)가 다 있지만, 공이 훨씬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은 국민 대다수가 수긍한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남북전쟁이란 국가적 위기를 극복했지만 상대당인 민주당과 노예해방에 반대한 남부지역 사람들에게는 혐오인물이었다. 암살되면서 동정과 재평가를 받았지만 그에 대한 반대세력의 비호감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가 죽은 지 57년 되는 해인 1922년 미국은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워싱턴에 극치의 균형미를 갖춘 상아빛의 링컨기념관을 지었다. 지난 7월 19일이 우남 이승만 서거 57주기였다. 이제 이승만이라는 인물을 역사의 장에 헌정해야 할 때가 됐다. '이승만광장(광화문광장)'에 이승만 동상을 세울 때 비로소 광화문광장이 대한민국 상징광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는 대한민국 상징광장이라고 해선 안 된다. 사족 하나, 광장 가운데에 적어도 높이 50m 정도의 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해 365일 24시간 태극기가 펄럭이게 할 필요가 있다. 국기게양대 설치는 이전에도 논의가 있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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