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족 "할아버지가 남긴 사진 보니 눈물"

도재기 기자 2022. 8. 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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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유물 보존처리 현황
삼성문화재단, 재종손에게 공개
'가족 사진첩'과 유묵 2점
안중근 의사의 재종손(사촌형제인 안장근의 손녀) 안기영 여사(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에서 보존처리 중인 안 의사 유물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제공

광복절을 앞두고 안중근 의사(1879~1910) 유족과 안중근의사숭모회·안중근의사기념관 관계자 등이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에서 보존처리 중인 안 의사의 유물들을 살펴봤다.

삼성문화재단은 “안 의사 숭모회 김황식 이사장과 기념관 유영렬 관장, 안 의사의 재종손(사촌형제인 안장근의 손녀) 안기영 여사 등 20여명이 10~11일 리움미술관을 방문해 유물의 보존처리 진행 상황 등을 둘러봤다”고 12일 밝혔다.

삼성문화재단은 지난 3월부터 안중근 의사의 ‘가족사진첩’ 1점과 유묵 2점의 보존처리를 리움미술관 보존연구실에서 지원하고 있다. ‘가족사진첩’은 안 의사가 순국때까지 가슴에 품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부인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 분도·준생의 사진첩이다. 김 여사는 두 아들과 함께 남편을 만나기 위해 하얼빈을 찾았으나 이토 히로부미 사살 등 의거 뒷날(1910년 10월 27일) 도착하는 바람에 상봉하지 못하고 일본 경찰에 연행됐다. 한복을 입고 의자에 앉은 김 여사 옆에 큰아들 분도가 서있고 작은 아들 준생은 무릎에 안겨 있는 사진은 당시 일본 경찰이 찍은 것이다.

보존처리가 진행 중인 안중근 의사의 부인 김아려 여사와 두 아들이 담긴 가족 사진첩. 삼성문화재단 제공

이 사진은 안 의사가 수감된 뤼순형무소의 통역사인 소노키 스에요시가 안 의사를 안타깝게 여겨 비단으로 만든 사진첩에 담아 전해준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첩은 모서리가 많이 닳았는데 안 의사가 품속에서 수없이 꺼내 본 흔적으로 보인다. 사진첩은 안 의사 순국 이후 소노키 딸이 일본 한 소장가에게 기증했고, 2020년 1월 6일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다른 유물들과 함께 기증되면서 11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리움미술관은 손상된 부분의 수리 등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고 있다.

유묵은 안 의사가 순국 직전인 1910년 3월 감옥에서 쓴 서예작품으로 ‘천당지복 영원지락(天堂之福 永遠之樂·천당의 복은 영원한 즐거움이다)’과 ‘지사인인 살신성인(志士仁人 殺身成仁·높은 뜻을 지닌 선비와 어진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의 2점이다. ‘지사인인 살신성인’은 <논어>에서 인용한 글로, 지난 6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리움미술관은 산화된 배접지와 오염물들을 제거하고 고풀(10년 이상 발효시켜 고서화 보존에 사용되는 접착제)로 배접작업을 반복하는 등 안정화 작업 중이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 직전인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쓴 유묵. 삼성문화재단 제공

안 의사 유물은 내년 3월 보존작업을 마치고 안중근의사숭모회에 인계된다.

유물들을 살펴본 안기영 여사는 “안중근 할아버지가 남기신 사진을 보니 눈물이 난다”며 ”삼성문화재단이 유물을 잘 복원해 후세에 길이 남겨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문화재단 류문형 대표이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리움미술관이 축적한 다양한 노하우를 활용하여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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