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 "어머니 돌아가신 후 내 세상 없어져..많이 내려놓아" [인터뷰 종합]

김유진 기자 입력 2022. 8. 12. 15:50 수정 2022. 8. 13. 04: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고경표가 '육사오'를 위해 체중 증량 등 다양한 노력을 했던 이야기와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된 사연 등을 털어놓았다. 

고경표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육사오'(감독 박규태) 인터뷰에서 영화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육사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57억 1등 로또를 둘러싼 남북 군인들간의 코믹 접선극을 다룬 영화로 고경표는 남한 군인 천우 역을 연기했다. 

남은 전역일을 하루하루 세며 따분한 군 생활을 이어가던 남한 전방 감시초소 GP의 말년 병장 천우에게 어느 날 57억 1등 당첨 로또가 운명처럼 찾아오고, 천우는 제대 후 꿈꾸던 삶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넘어간 로또를 되찾고자 예측 불허의 눈물겨운 노력을 펼친다.

이날 고경표는 '육사오'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전하며 "로또라는 소재가 재미있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흐름이 잘 예측이 안 되더라. 일이 커지고 또 수습을 해야 하고, 그 역경들을 이겨내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육사오'라는 말의 뜻을 몰랐다. 나중에 로또 용지 위쪽을 보니 '육사오'라는 말이 써있더라. 그런 부분도 굉장히 디테일하다고 생각했다. 북한 사람들이 봤을 때, 숫자가 표기된 그대로 읽었을 때의 그 이름이 굉장히 기발하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촬영을 마치고 나서 로또를 사 본 적이 있나'라는 물음에는 "로또를 잘 사지는 않는다. 이번 작품이 끝나고 행사를 하면서 로또를 많이 받았었다. 두 장 정도 있었는데 잃어버렸다"며 "그게 당첨됐으면 어떡하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확천금의 행운 같은 것도 믿는 편이냐'는 말에는 "너무나도 바란다. 불로소득하고 싶다. 그런데, 물욕이 많이 없다"라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엉뚱한 대답을 던져 다시 한 번 폭소를 더했다.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넉살 어린 말에는 "사람이 항상 일관되게 살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유쾌하게 답을 이어 화기애애함을 더했다.

자신이 연기한 천우 캐릭터를 설명한 고경표는 "천우가 위험한 선택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로또에 대한 욕심과 집중력이 영화에서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것이 천우가 극을 끌어가는 데 필요한 힘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이 친구에게 로또라는 것은 절박한 것이고, 손에 들어왔던 57억이 날아갔을 때 허탈함을 채울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천우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크게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을 살리기 위해 신경썼다"고 전했다.

캐릭터 표현을 위해 체중 증량을 하게 된 사연도 전했다.

고경표는 "예전에는 '군인 아저씨'라는 말을 하지만, 지금은 약간 '군인 오빠'처럼, 약간 어린 나이대로 인식이 되지 않나. 사회 초년생의 순수함이 좀 드러났으면 좋겠다 싶었고, 포동포동한 느낌을  그래서 좀 포동포동해졌으면 좋겠다 해서 체중을 증량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치킨, 피자를 먹으면서 살을 찌웠다. 89kg 정도까지 찌운 것 같다. 다이어트는 정말 쉽지 않다"며 '온라인에서 '고경표 다이어트짤'이 유명한 것을 알지 않나'라고 말하자 "알고 있다. 그 짤이 유명해지면서 고경표가 살을 되게 잘 뺀다, 살이 잘 빠지는 사람인가보다 그러시는데, 정말 그만큼 빼기 위해서 모두가 아는 노력과 고통을 감수하는 것이다. 저도 너무 힘들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운동도 하고, 격투기와 수영까지 이것저것 많이 한다. 한강도 자주 걷는다"고 말을 이은 고경표는 "살을 뺄 때는 야식도 안 먹고 술도 안 마신다. 이제는 다이어트가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이 상태를 좀 유지해보고 싶다. 앞으로는 살을 찌우지 않아도 되는 역할들을 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먹을 것에는 진심'이라고 눈을 크게 뜬 고경표는 "제가 사실은 다른 욕심은 많이 안 내는데, 먹는 것에 있어서는 아끼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가장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하고, 냉면을 먹으러 대전까지 간 적도 있다. 고수나 오이, 어패류 빼고는 다 좋아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8년 5월 입대해 2020년 1월 전역한 고경표는 과거 자신의 복무 시절을 떠올리며 캐릭터 표현에 디테일함을 더했다.

"제가 나이가 조금 찬 상태에서 군대를 가서, 다른 친구들보다 진짜 형인 만큼 친구들과 더 많이 얘기하면서 얼어있는 분위기들을 많이 풀어주려고 했었다"고 전한 고경표는 "실제 내무반에 누워서 리모컨을 들고 있는 장면도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누워서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그랬던 모습이었다"라고 떠올렸다.

코미디 연기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고경표는 "장진 감독님과 'SNL 코리아'를 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그 때 배웠던 것들이 지금 '육사오'를 연기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웃기려고 웃기면 안되고, 정말 어떤 상황 자체에 진정성을 가지고 몰입을 해야 코미디의 정서가 쌓이고, 웃기는 포인트들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코미디 하는 것이 싫었다"고 말을 이은 고경표는 "어린 마음에 '멋있는 것을 할거야'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코미디를 하고 나서 해냈을 때, 웃음 짓는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나 좋은 것이다"라며 "'무서운 이야기'를 찍을 때도 정범식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같이 웃음 포인트들을 설계하고 그 설계가 맞아떨어져서 관객들이 극장에서 웃는 모습을 볼 때, 코미디는 너무 매력적인 장르고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2010년 드라마 '정글피쉬2'로 데뷔한 고경표는 '응답하라 1988'(2015), '질투의 화신'(2016), '시카고 타자기'(2017), '최강 배달꾼'(2017), '크로스'(2018), '사생활'(2020)을 비롯해 영화 '명량'(2014), '차이나타운'(2015), '7년의 밤'(2018)과 지난 6월 개봉한 '헤어질 결심'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여기에 오는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과 하반기 방송을 앞둔 tvN 새 드라마 '월수금화목토'까지, 쉴 틈 없는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전역 후 보여준 활동에서 이전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는 말에는 지난 2020년 9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하며 조심스럽게 속내를 꺼내보였다. 

고경표는 "어머니가 투병 중이실 때 입대를 하게 돼서 조금 우울한 마음을 갖고 군대에 갔었다. 그런데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이 저를 많이 따라줘서 저도 의지하면서 군 생활을 했었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많은 것을 확실히 내려놓게 됐다. 인생에서 가장 두려워 했고, 큰 일이라고 생각한 것을 겪으니 '인생은 짧고 덧 없는데 이걸로 힘들어해서 뭐하지? 이게 힘든 일인가?' 싶더라"고 얘기했다.

이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내려놓았다. 어머니는 내 세상이었는데, 그 세상이 없어졌다. 이렇게 얘기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때 우리 가족 모두가 다 죽었다고 생각했다. 전부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 이후로는 뭔가 힘들어도 힘든 것처럼 안 느껴진다"고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고경표는 "제가 어느순간부터 내려놓았던 생각이,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작품을 하고 나서는 계속 주연만 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 저는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고, 배우가 하고 싶은 것이지 주연을 하고 싶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소신있게 말했다.

이어 "(주연만 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같이 연기하는 이 시간들이 너무나 중요하고, 또 소중하더라"면서 "작품을 하는 동안 각자의 삶을 같이 공유하는 것이지 않나. 그것이 또 저의 삶이고, 그것들이 잘 쌓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연으로 출연할 때도 정말 좋고, 특별출연도 좋다. 가리지 않는다. 그렇게 제가 가고 싶은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에 대한 취지와 부합하게 가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게 하고 있다. 보시는 분들도 좋아하시더라"며 연기를 향한 순수한 열정을 함께 드러냈다.

'육사오'는 24일 개봉한다.

사진 = 싸이더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