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처음 본 이런 '물난리'[금주의 B컷]
“말도 못해요. 쿵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지진이 난 줄 알았어요. 옷 입을 새도 없이 무서워서 뛰어나왔어요.”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지난 10일, 중부지방에 전례 없는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마을 주민들은 그날 밤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8일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광주시에는 546㎜, 남한산성면에는 42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산 정상부와 마을 진입로 곳곳에 산사태도 발생했다.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인터넷 등 통신시설도 대부분 마비됐다. 마을회관에 일시 대피 중인 주민들은 “이 여름에 당장 마시고 씻을 물도 없다. 잔해를 치워야 해서 면사무소에 굴착기와 덤프트럭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굴착기만 왔다”며 한숨지었다.
마을 중심부는 쓸려 내려온 토사와 바위, 뿌리째 뽑힌 나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산을 따라 올라가자 계곡 끝자락쯤에 토사에 반쯤 묻힌 집 한 채가 나타났다. 아수라장이 된 거실 장식장 위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깨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난리에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지 고양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데리고 나가려 해도 저러고 있다”는 집주인 김모씨는 “저 옆에 보이는 계곡은 원래 산이었다”며 참상에 대해 설명했다. 비는 잠시 잦아들었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마을 곳곳에 또렷하게 남았다.
사진·글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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