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도 안 했는데 관람료".. 우영우 나온 '천은사 사건', 어떻게 해결됐나

최혜승 기자 2022. 8. 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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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천은사 /조선DB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문화재 관람료 갈등을 다룬 가운데,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도 재조명 받고 있다.

12일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4화에는 제주도 한백산에 위치한 황지사가 도로 통행자들에게 관람료를 걷은 사건이 나왔다. 이에 반발한 통행객이 관람료 3000원을 돌려달라며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한백산과 황지사는 가상의 장소다.

황지사 측은 “(매표소가 설치된) 지방도 3008호선은 황내사 경내지이며, 1988 올림픽을 앞두고 황지사 일대를 관광할 수 있도록 만든 도로”라고 주장했다. 이에 우영우는 지방도 3008호선은 국가가 행정 목적으로 만든 ‘공물’이라는 점을 내세워 승소했다. 공물인 도로를 이용했다는 사실 만으로 황지사를 관람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최근 없어진 지리산 천은사 공원문화유산지구 매표소 /연합뉴스

이번 에피소드의 소재는 ‘천은사 통행료 갈등’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히는 천은사는 1987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매표소에서 징수해왔다.

문제는 천은사 매표소가 사찰에서 1㎞가량 떨어진 지방도 861호선에 있다는 점이었다. 이 길은 지리산 노고단을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도로다. 노고단 방문객들은 천은사를 가지 않더라도 관람료를 내야 했다. 특히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는데, 천은사는 관람료를 계속 징수하면서 반발은 커졌다.

갈등은 두 번의 소송으로도 이어졌다. 참여연대가 2000년 천은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관람료 1000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3년 탐방객 74명이 낸 통행방해 금지와 문화재 관람료 반환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도 당시 관람료 1600원에다 위자료 1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효력이 소송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쳐 논란은 해결되지 않았다. 천은사는 자연공원법의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로 명목을 바꿔 징수를 이어갔다.

결국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식구들과 단풍을 보려고 고개를 넘어가는데 차량당이 아닌 1인당 1600원을 징수했다”며 “법원에서도 패소했는데 버젓이 입장료를 받게 하는 건 정부나 지자체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사찰과 등산객들 간의 오랜 마찰은 정부가 나서면서 마무리됐다. 2019년 4월 환경부‧문화재청‧전라남도 등 8개 기관이 천은사 측과 협상에 나섰다. 전라남도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지방도로가 포함된 땅을 매입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새 탐방로 조성 및 인근 시설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수와 관광 자원화를 돕는 한편 천은사 운영기반조성사업을 인허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천은사는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 1600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32년만에 입장료 징수를 종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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