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출근에 2분 지각.."놀러다니냐" 시말서 쓰게한 회사
#1. 직장인 A씨는 “폭우로 2분을 지각해 죄송하다고 인사하며 들어왔는데 상사가 놀러 다니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2. 직장인 B씨는 “‘지각 1회에 반차 차감, 2회에 월차 차감’한다는 회사 방침이 내려왔는데, 이상하다. 법적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라고 물었다.
#3. 직장인 C씨는 “대중교통 지연, 지문 인식 오류 등으로 1분이라도 지각하면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고, 연말 평가에서도 인사에 반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4일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1분 남짓 지각해도 이를 빌미로 갑질·괴롭힘을 당하는 사례가 다수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하라고 발표했다. 민간기업에도 출근 시간 조정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9시 출근에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더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서야 했다. 이렇듯 폭우 같은 자연재해에도 1~2분이라도 늦으면 시말서와 징계 등 불이익을 주는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5명 중 1명, 출퇴근 중에도 업무”
반면 이 단체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관련해 설문(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직장인 5명 중 1명(20.4%)은 출퇴근 시간에 업무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17.3%)보다는 비정규직(25.0%) 근로자의 출퇴근 업무 비중이 더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사무직, 영업직 등 업종에 따라서는 출퇴근 시간에 고객 통화, 민원 처리 등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17.6%, 출퇴근 1시간 이상 소요…인천·경기 거주민은 30%
설문 결과 직장까지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7.6%였다. 이 가운데 인천·경기 거주자가 29.1%로 가장 높았고, 서울 거주 직장인도 22.1%가 출퇴근에 1시간 이상 걸린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거주 직장인의 대다수는 출퇴근에 30분에서 1시간 미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자의 52.1%, 인천·경기 거주자의 41.5%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퇴근 시간 보상·배려 필요하다 65.2%
응답자들은 출퇴근 시간에 대한 보상이나 배려가 ‘필요하다(65.2%)’고 응답했다. 30대(71.4%)가 50대 이상(60.6%)보다, 생산직(73.3%)이 사무직(61.8%)보다, 일반사원(69.3%)이 관리직(53.8%)보다 보상이나 배려의 필요를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지각 이유로 시말서 강요는 직장 내 괴롭힘 될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은 노동자와 회사의 약속이라 정시에 출근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각은 직원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잦은 지각은 징계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지각을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 “지각, 조퇴, 결근은 해당 시간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이 원칙이지, 지각 횟수로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은해, 남편 나가자 조현수와 성관계"…복어독 살인미수 그날
- "사람 죽는데 철없다" "아직 중학생"…논쟁 부른 정동원 사진
- 수해현장 눈에 띈 '윤 대통령 구두'…대통령실 수준, 딱 이 정도다
- 여친과 싸우다 150만원 명품백에 오줌싼 '찌질남'의 최후
- 명함엔 은행 로고…그런데 직원도, 불법 브로커도 아니다?
- "내 상사가 이러면 화날것"…직원 자르고 눈물셀카 올린 CEO
- "심한 뻐드렁니도 교정" 치과의사 장담에, 협회의 반전 회신
- "난 100% 식인종, 널 먹고싶다" 미국 유명배우가 보낸 쪽지엔
- "돈 많이 번다" 10대 승객의 말, 택시기사는 동료에 SOS 쳤다
- "이재용, 역시 다르더라"…부산 고깃집에 '팁' 건네며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