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학교·성별 '탕평' 모두 깨졌다[윤석열 정부 100일, '윤핵공' 분석]

유정인 기자 입력 2022. 8. 14. 15:18 수정 2022. 8. 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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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핵심 고위공직자 190명 분석
TK 약진·호남 퇴조, '스카이 캐슬' 공고화, 여성 고위직 질적 악화
각종 '탕평' 지표 무너지며 경고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무실 입구로 향하고 있다. 강윤중기자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고위공직자(파워엘리트) 집단에서 대구·경북 출신이 전 정부에 비해 대폭 늘고 호남 출신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쏠림 현상은 심화했다. 여성 고위직 진출도 질적으로 나빠져 탕평·균형 인사를 가늠하는 지표가 모두 악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학교·성별 안배에 선을 긋고 ‘능력주의’를 유일한 인사 원칙으로 내세운 결과로 풀이된다. 각종 인사 참사로 능력주의 인사 성과에 물음표가 붙으면서 결국 능력과 탕평 양쪽에 경고등이 켜졌다.

경향신문이 윤 대통령 취임 100일(17일)을 앞둔 14일 대통령실과 중앙 행정부처를 비롯한 45개 기관의 장·차관, 주요 실·국장 등 윤석열 정부 핵심 고위공직자(윤핵공) 190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인선 특징을 살피려고 분석 대상은 윤 대통령이 새로 임명하거나 유임한 인사로 한정했다.

출신 지역을 보면 대구·경북(TK·39명)과 부산·울산·경남(PK·34명) 등 영남 출신이 73명(38.4%)으로 가장 많았다. TK 비중이 20.5%로 5명 중 1명 꼴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3년차인 2019년 ‘파워엘리트’ 조사 때의 11.6%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호남 출신은 25명(13.2%)으로 지난 조사(28.0%)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었다. 232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조사와 일 대 일 대응되는 수치는 아니나, TK 부활·호남 퇴조 기류는 명확했다. 국가정보원·검찰·경찰·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고위직 31명(공석인 검찰총장 제외)에선 TK 출신이 9명으로 3년 전(32명 중 3명)보다 3배 늘었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 85명(44.7%), 고려대 23명(12.1%), 연세대 22명(11.6%) 순으로 특정 3개 대학 출신이 130명(68.4%)이다. ‘SKY’ 비중은 정부 출범 100일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 정부(2013년 조사) 때50.5%에서 문재인 정부(2017년 조사) 때 61.0%로 훌쩍 뛴 뒤, 다시 윤석열 정부에서 과점 현상이 악화했다. 출신 고등학교는 가장 많은 곳(경기고)이 6명으로, 다양화 기류가 유지됐다. 윤 대통령 출신고인 충암고(5명)가 2위로 약진했다.

여성 비율은 2019년 조사(7.3%)와 유사한 7.4%(14명)다. 10명 중 9명이 남성인 셈이다. 질적인 면에서 악화가 두드러졌다. 18개 중앙부처 장관은 한화진(환경부), 김현숙(여성가족부), 이영(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3명(16.7%)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인 2019년엔 국가보훈처를 포함해 19개 부처 중 6개 부처(31.6%) 수장을 여성이 맡았다.

탕평·균형 인사의 붕괴 신호는 앞서 예견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각 분야 최고 경륜과 실력자를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그런 식(지역·성별 안배 등)으로는 국민통합이 안 된다”(지난 3월 13일)고 말했다. “지역과 성별, 세대를 넘어 골고루 사람을 등용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인사차별이야말로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적폐 중 적폐”(문재인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이 실현 여부와 별개로 탕평을 주요 인사원칙으로 꼽아온 것과 차이가 있다.

평균 연령은 56.5세로 2019년 조사 때(56.4세)와 비슷했다. 50대가 151명(79.5%)으로 핵심 고위 공직자 10명 중 8명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윤핵공을 대표하는 얼굴은 50대 중반의 서울대 출신 남성(서·오·남)이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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