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개고기?" "뭐에 씌었나"..19일째 옥신각신, '양두구육'이 뭐길래

조문희 기자 2022. 8. 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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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양두구육’(‘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사자성어) 발언을 두고 여권이 3주째 말다툼을 거듭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개고기에 빗댄 발언 아니냐는 지적에 “어제(13일) 기자회견을 봤다면 대통령이 개고기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며 반박했다. 당초 “정치인 전체를 싸잡아 개로 비하했다”는 의혹에서 초점이 한발짝 이동한 모양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대표였던 분의 입에서 자당 대통령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전날인 13일 기자회견에서 “돌이켜 보면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고 발언한 데 대한 지적이다. 이 대표는 SNS에서 김 의원을 향해 “어제 기자회견을 보셨으면 대통령이 개고기라고 생각하실 수가 없다”며 “도대체 다들 뭐에 씌인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날은 이 대표가 처음 ‘양두구육’ 발언을 한 지 19일째 되는 날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그 섬에서는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며 사자성어 양두구육을 연상케하는 발언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당시 대표 직무대행)가 윤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언론에 노출된 다음날이다. 양두구육은 통상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 섬’은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해당 사자성어는 이후 정치인들의 발언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이 대표의 첫 발언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이철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의도에 양두구육이, 개가 득실거린다는 게 무슨 소리냐”며 “정치하는 분들을 전부 개로 비하한 망발”이라고 이 대표를 저격했다. 이 대표 측은 당시 기자에게 ‘여의도 정치인을 개가 아닌 개고기 가게 주인에 비유한 것’이란 취지로 이 의원 주장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후 지난달 31일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또 한번 해당 사자성어를 가져다 썼다. 이틀 전인 그달 29일 배현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하는 초선의원 성명서가 발표되는 등 압박이 이어지자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저 자들의 우선 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라며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차리는 나즈굴과 골룸”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전날인 13일 기자회견 후에도 이 대표는 양두구육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그는 ‘양두구육에 윤 대통령도 포함되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우리가 내걸었던 많은 가치들이 수포로 가는 양태를 얘기한 것”이라며 “개고기는 상품이다. 이 의원은 개가 아니고, 저도 양의 머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나 개고기가 특정 인물을 지칭한 말이 아니라는 취지이다.

양두구육과 관련한 여당 정치인들의 발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SNS에서 “지난 대선 때 저는 개고기를 판 적도 없고 양의 얼굴탈을 쓰지도 않았다”면서 “사람의 머리로써 사람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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