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성도 원칙도 안 보인 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한겨레 2022. 8. 15. 18: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는 것을 전제로 경제와 민생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15일 광복절 77돌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공개한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식량과 전력 인프라, 항만·공항, 농업 기술, 의료 인프라, 금융 등의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뒤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는 것을 전제로 경제와 민생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실패한 ‘비핵·개방·3000’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선 “미래지향적 관점”을 강조하며 조속한 한-일 관계 복원에만 초점을 맞췄다. 강제동원 피해 해법이나 일본의 과거사 반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대일 정책 모두에 해법의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 한국이 직면한 위태로운 외교·안보 환경을 풀어가기에는 비현실적이고 공허하다.

15일 광복절 77돌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이 공개한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식량과 전력 인프라, 항만·공항, 농업 기술, 의료 인프라, 금융 등의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이 ‘경제 지원’을 해줄 테니 북한이 ‘안보’의 핵심인 핵을 포기하라는 것인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인당 소득을 3000달러까지 올려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에서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이 강조해온 ‘안보 우려’에 대한 로드맵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뒀다”며 “초기 비핵화 협상 과정부터 경제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로 북이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말로 윤 대통령이 믿고 있는지 묻고 싶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고 남쪽을 향해 ‘전멸’ ‘주적’을 거론하며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런 공허한 제안으로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무책임하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하고 조속한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등에서 구체적인 해법도,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대한 언급도 없이,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만 했다. 양국 관계에서 민감한 안보 협력을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윤 대통령이 계승하겠다고 강조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1998년)은 역사에 대한 반성과 미래의 협력이 21세기 한-일 관계의 두 날개로 언급되어 있다. 이 선언에서 일본은 식민지 지배로 한국인에게 끼친 고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밝혔고, 한국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자고 했다.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한국이 해법을 내놓으라고 오히려 큰소리치고, 윤 대통령은 한·일이 역사 문제를 덮고 안보 등에서 협력하자고만 하는 지금의 한-일 관계는 24년 전보다 얼마나 멀리 후퇴한 것인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