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新냉전.. 확대되는 미국 주도 '아르테미스'

정지섭 기자 2022. 8. 1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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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국체제서 21국체제로.. 中·러와의 우주경쟁 판도 바꾼다
29일 달 주변 궤도 42일간 비행할
우주발사체 아르테미스 1호 발사
2025년쯤 우주인 달에 착륙 계획
美 행정부, 예산 75억달러 배정
장기적으로 화성 탐사도 추진
8월 5일 다이버들이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NASA 중성 부력 연구소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위로 아르테미스 협정 참여국 국기들이 걸려 있다./AFP 연합뉴스

지난 9일 이란의 정찰·관측 위성 ‘하이얌’을 실은 러시아 로켓이 러시아가 운영하는 카자흐스탄 우주 시설에서 발사됐다. 지난달 러시아 정부가 미국 등과 공동 운영해오던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2024년 이후 완전히 탈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미국의 앙숙 이란과 보란 듯이 협업한 것이다.

러시아의 이란 위성 발사는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미국과의 협력으로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 후 4일 뒤에 이뤄졌다 . 한국은 미국이 달·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창설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참여국으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 우주 탐사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신냉전이 우주 공간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호주·캐나다·일본·룩셈부르크·이탈리아·영국·아랍에미리트(UAE)와 8국 체제로 시작했다. 이후 한국·브라질·이스라엘·프랑스 등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21국 체제로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미국은 러시아·중국과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우주 경쟁에서 격차를 벌리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NASA 예산으로 260억달러(약 34조1120억원)를 편성했는데, 이 중 29%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관련 분야에 배정됐다. 이 같은 관심 속에 NASA(미 항공우주국)는 이르면 오는 29일 달 주변 궤도를 42일간 비행할 무인 우주 발사체 아르테미스 1호를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한다. 이후 단계별 시험비행을 거쳐 이르면 2025년쯤 여성과 소수 인종이 포함된 우주인들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미지의 영역인 화성에 유인 탐사를 추진하면서 주요 프로젝트에 아르테미스 협정국들을 적극 참여시킨다는 방침이다. 명시적으로 내건 목표는 우주 탐사이지만,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광활한 자원의 개발과 최첨단 무기 개발 등 경제·안보 분야에 상당한 비중을 둘 전망이다. 달에는 네오디뮴과 스칸듐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최첨단 공격·방어 무기를 개발할 때 통상 우주개발을 내세워왔다.

지난 6월 15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에 보름달을 배경으로 서 있는 차세대 달 로켓 아르테미스 1호./로이터 뉴스1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미국이 동맹 및 협력 체제를 우주로 확장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영미권 핵심 안보 동맹인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동아시아의 핵심 동맹 한국과 일본이 참여했다. 중동에서도 우방국인 이스라엘, 군사 협력 관계인 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이 멤버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도 가입했다. 친미 성향은 아니지만, 중미와 남미의 패권국으로 미국과 이해관계가 얽힌 멕시코와 브라질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입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맞춰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가입 서명식이 열렸다. 2018년 발생한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잔뜩 경색돼있던 양국 관계를 풀기 위한 미국의 선물로 활용된 셈이다.

최근 좌파 정권 집권 전까지 전통적 친미·우파 국가였던 남미 콜롬비아는 지난 5월 가입했는데, 가입 서명식은 대통령 선거를 불과 3주 남짓 앞두고 열렸다. 사상 첫 정권 교체를 목전에 둔 좌파를 우파 진영이 맹렬하게 추격하던 시점이었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확장 전략은 중국·러시아와의 치열한 우주 경쟁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9년 1월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고 사진까지 촬영해 공개하면서 미국을 바짝 긴장시켰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중국·러시아 등 열강의 우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우주 냉전’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소리(VOA)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아르테미스 연합체와 독자적으로 우주 탐사 계획을 진행하는 중국, 러시아와의 대결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향후 달에서의 광물 채취를 위한 탐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달의 광물에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그리스 신화 속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우주 협력 프로젝트. 2020년 10월 출범했으며 미국·영국·일본·캐나다·호주 등 8국이 창설 멤버다. 미국은 1967년 발효된 유엔 우주 조약을 바탕으로 이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는데 역대 두 번째 유인 달 탐사, 화성 탐사 등을 통해 우주 자원 활용을 모색한다. 한국은 2021년 6월 10번째로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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