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체화된 윤 정부 대북 구상, 대화하더라도 제재 해제는 신중해야

조선일보 입력 2022. 8. 1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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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으로 이름 지은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발표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지원 방안으로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공항 현대화, 농업 기술 지원, 의료 인프라 현대화, 국제투자·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안했다. ‘단계적 지원’을 뼈대로 하는 윤 정부의 대북 구상이 구체화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북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부터 경제 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며 “필요에 따라서는 유엔 제재 결의안의 부분적 면제도 국제사회와 협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만 해도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 것을 전제로 경제 지원을 하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다르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우선 인도적 성격이 있는 식량 공급 프로그램에서 부분적 제재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북에 식량을 주는 대신 유엔 반출 금지 품목인 북한 광물을 받아올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제재를 부분적으로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미국도 제대로 비핵화 협의 과정이 이뤄질 수 있다면 당사국들과 마음 열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제재 해제에 목을 매고 있다. 김정은이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끝까지 요구한 것도 제재 해제였다. 새 구상은 그런 점에서 전향적인 대북 유인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이 실제 대화에 나오고, 나와서 비핵화를 약속한다고 해도, 그 약속을 지키리란 보장은 없다. 북한은 대화가 오가던 중에서도 지난 30년간 6차례 핵실험을 했고,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7차 실험 준비를 마쳤다. 탄두를 실어나를 미사일도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 포기를 장담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 정책을 담당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조차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있다. 권력을 지키는 최후 보루가 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핵을 갖고 있다가 자신이 진짜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에만 핵을 포기할 것이다. 그 길로 김정은을 몰고 갈 수단으로 입증된 것은 현재로서 대북 제재밖에 없다. ‘담대한 구상’을 진행하더라도 북이 완전히 핵을 폐기할 때까지는 제재의 기본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 북핵에 맞설 수 있는 자위력 확보 노력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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