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정권마다 퍼주기... 이탈리아도 포퓰리즘에 ‘잃어버린 10년’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2. 8. 16.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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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정권마다 복지 퍼주기 반복… GDP 규모, 2012년 수준에 멈춰
지난 6월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무료급식소에 음식을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로이터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는 별명이 ‘붉은 도시’일 만큼 좌파 성향이 강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서 만난 루이지(29)씨는 “나는 물론, 내 주변인도 더 이상 좌파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명문 볼로냐 대학을 졸업하고도 5년째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좌파는 더 이상 내 곤궁한 처지를 바꿀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내가 택한 대안은 이탈리아형제들(FdI)”이라고 했다. 반(反)이민, 이탈리아 민족주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이다. 그는 “이탈리아는 노인들과 기득권자들의 나라가 된 지 오래”라며 “이탈리아를 갈아엎고 다시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FdI의 약속을 믿고 싶다”고 했다.

이탈리아는 독일·프랑스와 함께 EU의 리더 국가이자, 서방을 대표하는 주요 7개국(G7) 중 하나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에서 극우 정권의 등장 가능성은 예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다음 달 치러지는 조기 총선에서 이것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20여 개 정당의 난립 속에, FdI이 잇따른 여론조사에서 24%대의 지지율로 계속 선두다. FdI은 또 다른 극우 동맹(Lega)과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FI)를 끌어들인 ‘우파 연합’을 구성, 도합 45%의 지지율로 다른 정당들을 압도하고 있다. 차기 총리로는 조르자 멜로니(45) FdI 당수가 거의 확정적이다. “파시스트가 아니냐”는 의심을 끊임없이 받아온 인물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 매체들은 “이탈리아의 극우 집권은 지난 20여 년간 지속된 포퓰리즘으로 인한 경제 개혁 실패와 국가 경쟁력 악화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명목 GDP 기준)는 지난 2008년 2조4087억 달러(약 3146조원)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세다. 지난해는 2조999억달러로, 이는 10년 전인 2012년(2조87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5년간 GDP가 줄어든 해가 6번이나 된다. 한국 경제가 2009년 9439억 달러 규모에서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2배에 가까운 1조7985억 달러가 된 것과 비교하면 이탈리아의 경제적 몰락이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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