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000억 불법 해외송금, 잡고보니 페이퍼컴퍼니 3곳서 돈세탁

유종헌 기자 2022. 8.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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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유입된 가상화폐가 국내 시장에서 불법으로 유통된 뒤 해외로 빠져나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사실상 한 일당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가 조직적으로 범행에 동원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 불법 자금 거래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분산해 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해외에서 유입된 자금의 원천이 한 곳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구속한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지난 10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세 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가상화폐를 보내주면 국내 시장에서 팔아 그중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고 나머지를 일본으로 송금하는 방식의 차익 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상화폐가 해외보다 국내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것이다. 금융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가상화폐를 반복적으로 거래해 차익을 얻는 것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영업행위’로 현행법상 불법이다. 세 명은 수수료로 약 40억원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및 금융감독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구속된 세 명의 회사는 전부 달랐지만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의심된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A사는 인천에, B사와 C사는 서울 논현동에 있다. 그런데 A사와 B사의 사내이사 일부가 겹친다. 또 B사와 C사는 같은 건물 위층과 아래층을 쓰고 있다. A사와 C사는 모두 최초 설립 지역이 부산이기도 하다. 법인 등기 시점도 비슷하다. B·C사는 지난 3월 법인 등기를 마쳤고, A사는 두 달 뒤 법인으로 등록했다. 세 회사 모두 사업 목적으로 귀금속 도소매업, 농수산물 가공업 등을 한다고 신고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비춰볼 때 세 회사는 가상화폐 불법 거래에 가담한 한 일당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 업체가 은행을 통해 거액의 자금 거래를 할 경우 금융 당국에 적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러 회사로 나눠 해외에 불법 송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검찰은 세 회사가 차익 거래를 한 가상화폐의 실소유주가 같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은행을 통해 해외로 나간 이상 송금 거래액은 약 8조5000억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와 관련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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