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84] 비주류가 이끈 산업혁명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된 것이 우연이냐 필연이냐에 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청교도혁명을 계기로 입헌군주제로 일찍 돌아선 덕에 재산권 보호가 훌륭했던 점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중요한 조건은 충분한 노동력인데, 하필 그때 영국의 초혼 연령이 낮아지고 출산율이 상승한 것은 우연이다. 기계를 만들려면 철이 필요하고 철을 만들려면 석탄이 필요한데, 영국의 석탄 매장량이 엄청나게 풍부했다는 것도 우연이다. 19세기 중반까지 영국은 독일, 프랑스, 벨기에, 미국의 석탄 채굴량을 합한 것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석탄을 생산했다.
우연과 필연의 중간쯤 되는 이유도 있다. 바로 종교다. 영국의 국교는 성공회였는데, 그것을 따르지 않는 비국교도(Dissenter)도 많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반골’이다. 퀘이커, 감리교도, 장로교도 등 영국의 반골은 제대로 교육받기 어려웠고, 공직 진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래서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하고 사회로 뛰어들었다.
18세기 후반 시작된 산업혁명의 중요한 발명들은 고매한 학자들이 주도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망치로 이것저것 두드리며 기계를 익힌 땜장이(tinker)가 주역이었다. 전부 비국교도다. 한 사람이 물레 8개를 동시에 돌려 실을 뽑는 방적기를 발명한 하그리브스는 무학(無學)이었다. 그 방적기를 수력으로 개량한 아크라이트는 원래 동네 이발사였다. 탄광의 통풍과 배수용 증기기관을 만든 토머스 뉴커먼은 일자무식이라서 자기 발명품에 특허를 받아야 하는 것도 몰랐다.
그 증기기관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운송 수단으로 진화했다. 1807년 오늘 세계 최초의 증기 정기 운항선 클러몬트호가 뉴욕항에서 처음 출항했다. 그 배를 만든 로버트 풀턴도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독학으로 공부한 퀘이커 교도였다. 산업혁명은 가방끈이 짧은 비주류의 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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