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 만에 정상화되는 한미훈련, 다시는 협상카드 안 된다

조선일보 2022. 8. 1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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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병대원들이 2016년 3월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독서리해안 일대에서 실시된 연합상륙훈련에서 해안 침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조선일보DB

한미 양국 군이 16일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주말까지 사전 연습 격인 위기관리 연습을 진행하고 다음 주부턴 북한의 기습 남침에 맞서 수도권을 방어하는 1부 연습, 전열을 정비해 반격 작전을 수행하는 2부 연습이 이어진다. 합참은 “상당 기간 축소·조정 시행된 야외 기동훈련을 정상화해 한미동맹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권에서 사실상 형해화된 한미연합훈련이 4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2018년 트럼프·김정은의 ‘비핵화 쇼’ 이후 한미연합훈련은 ‘컴퓨터 키보드 게임’으로 전락했다. 3대 연합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을지가 모두 폐지됐고, 나머지 훈련들도 줄줄이 축소됐다. 지난 4년간 한미는 연대급 이상에서 총알 한 발 같이 쏴 본 적이 없다. 훈련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트럼프가 즉흥적으로 중단시킨 한미연합훈련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허위로 판명 난 뒤에도 재개되지 않았다. 임기 말까지 ‘남북 쇼’에 미련이 컸던 문 정부가 갖은 핑계를 대며 훈련 정상화를 막았다.

‘훈련 없는 군대’를 상상도 하지 못하는 미 측에선 수시로 우려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은 “컴퓨터 훈련만 하면 실전에서 혼비백산한다”며 ‘국방의 정치화’를 걱정했다. 한미연합훈련을 경험해 본 예비역 장성들은 “문 정권 4년간 한미 연합 방위 태세는 상상 이상으로 허물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민주노총은 “(한미의) 대규모 합동 군사 연습을 짓뭉개 버려야 한다”며 북 주장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전국민중행동 등도 을지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회견·집회를 앞다퉈 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물러나자 친북 단체들이 대신 들고 일어선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식량·금융·전력 등을 지원한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경협 외에 군사·정치적 제안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군사적 제안에 한미연합훈련의 조정 또는 중단이 포함돼선 안 될 것이다. 연합훈련 중단은 비핵화의 입구에서 거래할 사안이 아니다. 연합훈련을 대북 협상 카드로 삼는 위험천만한 실험은 4년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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