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대통령의 지난 100일, 그리고 남은 1700일

조선일보 2022. 8. 1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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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에 대한 실망감과 정권 교체 열망으로 탄생했다.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전 정부의 내로남불 국정 운영을 바로잡아 달라는 국민의 기대가 그만큼 높았다. 그러나 지난 100일 동안 윤 대통령과 여권은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의 절반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정권 초에 이처럼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선 때 상대 후보를 찍었거나 기권했던 국민들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했던 국민들마저 실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광우병 시위같이 정권을 흠집 내고 흔들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대통령과 여권이 자초한 위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오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실망한 국민들 마음을 돌려 놓기 위해 어떤 각오를 밝힐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이 그동안 무엇을 잘못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지적이 있었다. 대통령은 지난 휴가 중에도 국정 쇄신 방향에 대해 주변에 많은 조언을 청해서 들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대통령이 수긍할 수 있는 점도 있을 것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사방팔방에서 제각각 들려오는 주문에 모두 장단을 맞출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대통령은 지금까지 나랏일을 처리하고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부족함이 있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는 점만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실망한 것은 몇 가지 구체적인 잘못 때문만이 아니다. 그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대통령의 태도와 자세가 국민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어느 시점부터 국민 신망을 잃게 된 것도 대부분 민심에 맞서는 오만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통령이 위기를 헤치고 나갈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오늘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1800일 남짓한 임기 중 이제 겨우 100일을 마쳤다. 오늘 대통령이 국민 앞에 어떤 결심을 밝히고, 그 결심이 국민 마음을 돌려 놓을 수 있느냐에 나머지 1700일의 운명이 달려 있다. 윤석열 정부 자신은 물론이고, 윤 정부에 5년간 운명을 맡겨야 하는 나라와 국민 전체의 안위가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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