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교통약자와 비약자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2022. 8.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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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약자 문제 해결, 약자와 비약자의 겸용 이동 만들어야

 국토교통부가 2016년 이후 5년 만에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국내 인구 고령화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교통약자는 1,551만명으로 10명 중 3명이 교통약자다. 5년 전인 2016년 1,471만명 대비 80만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가 6만명이 줄었음에 비춰 보면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법에서 정의한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말한다. 이번 조사에서 유형별 교통약자는 고령자(65세 이상)가 약 885만명으로 가장 높고(57.1%), 어린이(20.7%, 321만명), 장애인(17.1%. 264만명), 영유아 동반자(12.5%, 194만명), 임산부(1.7%, 26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정책 추진 필요성이 보다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교통약자는 어떤 수단을 이용할까? 지역 내 이동 시에는 버스(51.6%)와 지하철(14.2%)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지역 간 이동시에는 승용차(66.2%)를 선호했다. 하지만 유형별로는 달랐다. 고령자는 대중교통 외에 도보 이동(17.3%)이 높았던 반면 장애인은 장애인택시 및 특별교통수단이 17.8%로 나타났다. 지역 간 이동에서도 고령자의 경우 승용차(57.9%) 외에 시외 및 고속버스(24.7%)와 기차(12.3%) 등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했지만 장애인은 승용차(63%), 대중교통(시외·고속버스 10.7%, 기차 8.1%) 외에 장애인택시 및 특별교통수단이 13.4%로 나타나 비장애인과 이동 형태가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증가하는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의 재정립은 물론 정책 자체가 맞춤형으로 전환돼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지금 교통약자를 구분할 때 나이를 기준 삼는 것 자체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셈이다. 고령자 중에서도 도보 이동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뉘는 탓이다. 국토부 조사에서도 고령자는 대중교통 외에 도보 이동이 17.3%로 높게 나타났는데 그만큼 건강을 위한 걷기가 생활 속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통약자 중에서도 우선 배려할 대상은 장애인과 영유아 동반자다. 도보 이동이 가능한 고령자와 달리 이들의 대부분이 휠체어 및 유모차라는 보조 이동 수단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휠체어 장애인과 유모차를 이용한 영유아 동반자만 무려 458만명이다. 그 중에서도 유모차를 이용하는 영유아 동반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휠체어 장애인은 부족하나마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유모차 동반자의 경우 자가 운전이 아니라면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때 유모차는 휠체어와 마찬가지로 바퀴 달린 이동 수단이어서 계단 자체를 오르내리는데 불편함이 뒤따른다. 또한 탑승 후에는 바퀴가 고정돼야 하는데 대중교통에선 고정 장치가 별로 없다. 결국 "아이 키우기 쉽지 않다"는 푸념에는 이동 문제도 포함되는 셈이다. 

 교통약자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배경은 그만큼 약자를 정부가 배려하겠다는 좋은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배려가 곧 차별로 인식되기도 한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교통약자'라는 단어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일이고 이를 위해선 유니버설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부 민간 사회적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해외로부터 유니버설 모빌리티를 도입해 영유아 유모차 동반자와 휠체어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있다. 게다가 넘어지거나 사고 등으로 휠체어를 일시적으로 탑승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른바 미등록 일시적 장애인이어서 전용택시 탑승 자체가 어려운 탓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동 정책은 교통약자와 비약자를 나누는 게 아니라 약자와 비약자의 중간 지대인 이동 브릿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교통약자와 비약자 모두 필요할 때 이용이 가능한 겸용 이동 수단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약자와 비약자 간의 경계가 세워진 형국이어서 언제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런 사각지대만 없애도 적어도 이동의 장애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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