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ㅣ합병에 매각설까지, 지금 우리 OTT는②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입력 2022. 8. 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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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사진제공=왓챠

"이러다 다 죽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속 이 명대사는 현재 한국 토종 OTT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 올리기에 혈안을 올렸던 토종 OTT들이 하나 둘씩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왓챠 매각설이 이에 대한 가장 큰 방증이다. 

OTT는 현재 국내에서 주 콘텐츠 시청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OTT 이용자 수가 지난달 기준 2700만 여명으로 집계됐으니, 그 규모가 상당하다 할 만하다. 웬만한 대중 한 명이 OTT 플랫폼 구독을 1~2개 쯤은 하고있다는 소리다. 

이런 가운데 부동의 OTT 점유율 1위 넷플릭스는 좀처럼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조짐을 보이지 않고, 디즈니플러스나 애플TV플러스 등이 국내 OTT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사업자들 간의 경쟁이 심화됐다. 때문에 토종 OTT 플랫폼들은 자리 보존 또는 구독자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투자액은 수천 억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는 기존의 배로 제작하는 등의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토종 OTT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인 웨이브는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2200억원을 투자했다. 올 하반기에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공개하고, 지난해 HBO와 맺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보다 확대해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퀴어 콘텐츠 '메리퀴어', '남의 연애'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마니아층 구독자까지 공략한다. 

사진제공=KT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자해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최근 파라마운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플랫폼 내 '파라마운트+관'을 선보인 것도 이의 일환이다. 또한 파라마운트+와 공동 투자로 2년 간 7편의 콘텐츠도 함께 제작하기로 했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또 다른 토종 OTT seezn(시즌)과의 합병 소식이다. 티빙은 오는 12월 1일자로 시즌을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하면서 산술적으로 점유율 2위인 웨이브보다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게 됐다.

공격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합병에 이르기까지 겉으로 봐선 토종 OTT들은 별 탈없이 경쟁 심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국내 한 토종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천정부지로 제작비를 올려놔 토종 OTT들도 투자액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같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제작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해외 사업자들은 자본 규모부터가 다른데 이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상황"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때문에 업계에선 왓챠의 매각설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왓챠 측은 매각설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IB(투자은행) 업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왓챠는 '시맨틱 에러' 등의 BL(보이즈러브) 시리즈, 중국 드라마 등에 주력하며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 구독자를 확보했지만,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OTT 중에서 가장 적은 가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가입자 수가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를 타계할 방법으로 올해 2월 웹툰과 음악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며 '왓챠 2.0' 계획안을 발표했지만, 현재는 잠정 보류된 상태다.

사진제공=웨이브

OTT 업계 전반에 투자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회사인 왓챠가 가장 먼저 한계를 드러낸 것일 뿐, CJ ENM의 티빙,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손잡은 웨이브, KT의 seezn, 쿠팡의 쿠팡플레이 등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위기론도 적지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이용자를 나눠가지는 것만으로는 이미 수천억대로 불어난 투자금액을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토종 OTT들이 지금까지는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 결과가 왓챠의 매각설처럼 조금씩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해외 OTT는 글로벌하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더라도 휘청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토종 OTT의 경우는 다르다. 지금은 내수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데, 넷플릭스가 천정부지로 제작비를 올려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글로벌 진출이지만 이미 다수의 사업자가 포진돼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시아 시장을 교두보 삼아 토종 OTT가 원팀이 되어 진출하는 게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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