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보여주기식' 건강권 확보 빈축..근로자 휴게시설 의무화? '그림의 떡'

2022. 8. 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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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 도입의 전제가 돼야 할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에 대해선 '보여주기식' 정책만 꺼내들어 노동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모든 사업장은 오는 18일부터 근로자가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고용부가 실내작업장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근로자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 있도록 지난 10일 개정·시행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법령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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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부터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위반시 과태료 1500만원
휴게시간·사용인원에 대해선 "노사 협의"..최소면적 6㎡만 지키면 '면책'
고가 아파트 경우 경비실 대신 과태료를 관리비로 분납 가능성도 제기돼
지난해 여름 서울대에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가 최근 교내 휴게시설에서 숨졌다. 사진은 고인이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 내 휴게실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 도입의 전제가 돼야 할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에 대해선 ‘보여주기식’ 정책만 꺼내들어 노동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모든 사업장은 오는 18일부터 근로자가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500만원(3차 4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최소면적 6㎡와 층고 2.1m이상의 관리기준을 위반할 경우에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사업장(공사금액 20억원 이상 공사현장)과 전화상담원, 돌봄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원, 건물 경비원 등 7개 취약 직종 근로자를 2명 이상 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장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근로자 휴게시설? ‘그림의 떡’=표면적으로는 근로자 휴게공간이 마련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휴게시설은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시행규칙)엔 ‘최소면적 6㎡와 층고 2.1m이상’만 있을 뿐 정작 중요한 ‘인원 당 설치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 탓에 작업장 인원이 100명이든 200명이든 6㎡만 지키면 된다. 고용부는 ‘동시 사용인원’ 규정을 “휴식 주기, 교대근무 등 사업장 여건을 고려해 근로자 대표와 성실히 협의해 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몇 명이든 무관하게 두 평 남짓의 휴게시설을 만들어두면 실제 근로자가 쉬지 못해도 문제될 일이 없다.

게다가 고가의 아파트 입주민들은 관리비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접 고용과 용역업체를 통한 고용이냐 차이는 있지만 경비원은 입주민이 고용한 근로자다. 2명 이상의 경비원이 근무하면 6㎡ 휴게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3.3㎡당 1억원을 웃도는 일부 아파트에선 공간 마련보다 과태료를 납부하는 게 비용면에서 더 이득이다. 결국 경비원은 여전히 변기 옆에서 식사를 하는 등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입주민은 입주민대로 1500만원(최대 4500만원)의 과태료를 분담해 납부하는 식으로 이번 설치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배달원 대다수가 ‘라이더’인데 제외=또, 이번 휴게시설 의무설치 대상 7개 직종에 배달원이 포함되지만, 정작 배달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플랫폼 근로자는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컨대 중국집에서 직접 고용한 배달원만이 이번 법 개정에서 보호하는 대상이다.

고용부가 실내작업장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근로자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 있도록 지난 10일 개정·시행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법령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내작업장 온도가 실외온도를 웃도는 경우가 허다한데 실외온도를 기준으로 한 ‘폭염특보’가 발령될 경우 휴식을 제공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설치 역시 의무사항이 아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이날 쿠팡 동탄 물류창고를 찾아 실내작업장 근로자 보호조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실태 점검에 나선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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