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은, 현실이 힘들어도 '로코가 체질'

아이즈 ize 박현민(칼럼니스트) 2022. 8. 17. 13: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박현민(칼럼니스트)

한지은, 사진제공= 티빙

배우 한지은이 '개미'가 되어 돌아왔다. 주식을 메인 소재로 차용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개미가 타고 있어요'의 주인공 '유미서'라는 맞춤옷 캐릭터를 입고 지난 12일 1~2회를 선보이며 단박에 모두의 시선을 고정시킨 것. 해당 작품은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개미'라는 단어를 제목 전면에 배치한 본격 '주식 흥망성쇠 휴먼 드라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식이라는 주제를, 다채로운 설정을 가미해 다소 코믹스럽게 풀어내 누구라도 부담 없이 볼 수 있게 만든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초반부터 유미서(한지은)의 활약은 '일당백'에 가깝다. 한겨울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시도로 파격 스타트를 끊더니, 늦은 밤 배달 라이더로서 자전거 페달을 세차게 밟고 PC방 아르바이트도 부지런히 소화한다. 사연에 대한 궁금증을 절로 자극하는 대목이다. 이는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전세 자금에 보태겠다고 주식 투자를 시도했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풀매수한 주식이 사정없이 '떡락'하며 맞닥뜨린 뼈아픈 상황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든 첫 번째 주식투자로 수천만 원을 홀연히 증발시킨 이 위험한 '프로 손실러'는, 예정된 결혼마저 삐걱대며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한다. 고민하여 택한 해결책은, 더 본격적으로 '개미'의 삶에 뛰어드는 것.

한지은, 사진제공=티빙

이런 유미서처럼 각각의 사연을 품고 있는 5인의 개미가 미스터리한 주식 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 바로 '개미가 타고 있어요'의 주요 스토리다. 한지은과 극중 호흡을 맞추는 이들은 홍종현(최선우 역), 정문성(강산 역), 김선영(정행자 역), 그리고 장광(김진배 역)이다. 그러니깐 1~2회는 유미서가 '개미'가 된 사건과 이들이 한데 모이게 된 과정을 착실하게 보여준 프롤로그 같은 역할이다.

유미서의 본업은 백화점 명품 매장 직원으로, 까다로운 고객도 금방 기분 좋게 카드를 긁게 만드는 만렙 능력치 보유자다. 명품백을 사려는 한 남성 손님 앞에서 돌연 여자친구와 어머니로 빙의하듯 돌변하는 연기는 1~2회를 통틀어 가장 임팩트를 남긴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뿐만 아니다. 예비 신랑과 집을 보러 가기 전과 후, 표정으로 드러나는 감정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헤어지자는 남자친구를 붙들고자 거짓으로 실신하는 모습까지 지켜보고 있자면 과연 이 역을 한지은 외 다른 어떤 배우가 소화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몇 번을 돌려봐도 한지은이 곧 유미서고, 유미서가 곧 한지은이다.

한지은, 사진제공=티빙

한지은의 배우로서의 강점은 생활 밀착형 연기와 거기에서 파생 가능한 달달한 현실 로코에 있다. 해당 장면을 드라마 속 상황으로 인지하는 것이 아닌 곧바로 나의 상황에 대입하도록 만드는 묘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2019)에서 보여준 '한주' 역이 아직까지도 뇌리에 박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란 소리다.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 MBC '꼰대인턴', tvN '배드 앤 크레이지' 등 여러 작품의 주연을 줄줄이 꿰차며 소화 가능한 스펙트럼을 착실하게 넓힌 한지은은 이렇게 다시 '개미가 타고 있어요'를 통해 시청자의 공감대를 적극적으로 간질이려고 시동을 걸었다. 우리는 이제 TV 앞에 앉아서 주식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유미서와 살갑게 주고받을 준비만 하면 된다. 첫인사는 잘 끝마쳤다.

한지은의 연기는 확실히 탁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무기는 바로 성장에 있다. 운신의 폭과 무관하게 한지은은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 이후 단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또 성장하고 있다. 정체된 것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잔인한 잣대를 당장 들이미는 이가 대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성장력이야말로 배우로서 보유한 대체 불가한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알고,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현실적인 성장을 위한 가능한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한지은은, 서두르지 않고 오랜 시간을 지켜볼수록 더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배우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