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확대·통화정책 혼선"..한은 금통위도 안심전환대출 우려

이재은 기자 2022. 8. 17. 1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채권시장 안정 위해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MBS 포함
금통위 "안심전환대출 효과와 대출수요 불확실"

한국은행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에 12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안심전환대출 시행에는 동의하면서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 속에서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할 수 있는 데다, 가계부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스1

◇ 금통위 “안심전환대출, 가계부채 완화 목표와 상충”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공개한 ‘2022년 14차 금통위 의사록(7월 28일 개최·비통방)’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가계대출 구조가 금리상승기에 취약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를 지원하는 데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28일 안심전환대출의 원활한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주금공에 1200억원을 출자하기로 의결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가 고정금리로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정책금융상품으로, 주금공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한다. 다수 금통위원들은 시중은행의 고정금리대출 취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안심전환대출이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나아가 금통위는 주금공이 안심전환대출 재원 조달을 위해 MBS를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채권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매조건부매매 대상증권으로 한정된 MBS를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포함하기로 했다. 시장에 MBS 물량이 많이 풀리면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 사전안내가 시작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남부지사 상담 창구에 안심전환대출 안내문이 놓여 있다.

그러나 일부 금통위원들은 주금공의 MBS를 단순매매 대상 증권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하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통화정책 시그널(신호)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가계부채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금통위원들은 주장했다. 단순매매는 한은이 시장 유동성을 조정하는 공개시장운영 방식 중 하나로, 제한적으로 활용됐다.

한 금통위원은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MBS와 교환한 뒤 해당 MBS를 매각하면 은행들이 가계대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추가적인 가계대출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은행이 대출채권 매각 후 MBS를 보유하지 않거나 대출채권보다 MBS의 위험가중치가 낮아 은행의 위험자산이 축소될 경우 간접적으로 은행들의 대출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는 “MBS의 위험가중치가 낮아 은행들의 대출여력이 확대될 여지가 있는 점은 맞지만, MBS 매각을 통한 대출여력 확대는 MBS 의무보유를 통해 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위원은 “안심전환대출의 효과와 대출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MBS를 대상증권에 포함하는 것은 당위성이 다소 부족하고, 주택금융공사가 자체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은행들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높임으로써 일부 금융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MBS 의무보유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신규대출 여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정책당국이 추구해온 가계부채 누증 문제 완화라는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의무보유비율을 높여 추후 단순매입 가능성도 줄이고 통화정책 기조에 혼선을 줄 가능성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참석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 주금공 1200억원 출자 발표, 금통위 내에서도 ‘절차 논란’ 제기

한은 내부에서는 발권력을 동원하는 주금공 출자가 금통위 의결을 거치기 전에 정부가 먼저 발표한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5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주택금융공사에 109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한국은행도 올해 12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로부터 나흘 뒤에 주금공에 1200억원을 출자하기로 의결했다. 주금공 출자는 이미 금통위원들 간 사전에 논의가 진행 중이던 사안이긴 하지만, 보통은 먼저 의결을 하고 발표하기 때문에 절차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초 “안심전환대출 지원을 위한 주금공 1200억원 출자는 한은과 금통위원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한 내용”이라며 “정부로부터 출자를 부탁 받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출자로 45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이 내년까지 안정적으로 공급되면 올해 5월 기준 77.7%였던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이 72.7%까지 내려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