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로 100일 소회 집중한 尹.."개혁 가속 필요, 추진 방식 바꿔야"

정종훈 2022. 8. 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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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 내 상점 TV에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이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내용의 상당 부분을 경제 이슈에 할애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보단 민간 주도 성장과 공공 부문 감축, 원전·반도체 육성 등 기존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엔 공감하면서도 개혁 속도를 끌어올리고 정책 추진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열린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취임 후 경제 정책 성과를 일일이 언급했다. 특히 직전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했다.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경제 기조를 철저히 민간·시장·서민 중심으로 정상화했다"라거나 "일방적이고 이념에 기반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원전 산업을 다시 살려냈다"고 말했다.

그간 추진해온 경제 정책 내용도 비중 있게 내세웠다. 규제 개선과 민간 주도 성장, 반도체 산업 육성과 원전 생태계 복원 등을 먼저 강조했다. 공적 부문 긴축과 지출 구조조정, 부동산 정책 변화 등도 언급했다. 원전 수출과 관련해선 "앞으로 우리 원전과 기업의 해외 진출과 세일즈를 위해 발로 직접 뛰겠다"고 밝혔다. 모두발언 말미엔 "당면한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선 노조 문제와 반지하 주거 대책,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에 대한 입장을 추가로 밝혔다. 3대 개혁은 "중장기 국가 개혁이자 플랜"이라면서 "정부, 국회, 시민사회가 초당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산업구조에 적용되도록 노동법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노동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등에서 불거진 노조 투쟁엔 "법과 원칙에 따른 일관된 대응"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넘긴 윤 대통령 앞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민생과 밀접한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시화로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다. 국내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 전선에도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직면한 고물가와 저성장이란 '복합위기'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의미다. 삐걱거리는 야당과의 관계도 정책 추진의 장애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내놓은 경제 정책 방향성에 대체로 동의했지만, 위기를 돌파하기엔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고 봤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주도 성장, 규제 개혁, 기술 혁신 등은 윤 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이지만 정책의 속도가 아쉽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추진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면서 "경제 성장이나 3대 개혁 같은 장기 비전을 어떻게, 언제까지 할지 보여주고 공론화시키지 않으면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 등 후발 주자 추격을 뿌리칠 신산업 경제를 제시하면서 인력, 연구개발, 경쟁력 확보 방안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편적인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다 보니 국민의 체감도가 낮다. 상당수 정책은 여소야대의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어떻게 협치할지 얘기하지 않은 것도 실망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통령 임기 내내 추진해야 할 3대 개혁과 규제 개선에 가속을 붙여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박영범 교수는 "100일이 됐으면 손에 잡히는 개혁의 밑그림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연금·노동 개혁을 이끌 주체인 보건복지부 장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빨리 선임해 확실한 비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3대 개혁은 툭 던지는 게 아니라 핵심 내용을 간결한 메시지로 정리한 뒤 장관을 비롯한 전 부처가 나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규제 개선도 의지가 없으면 소극 행정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에 민간 영역과 적극 협력해 추진력을 갖추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서민ㆍ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우석진 교수), "지금 가장 시급한 건 무엇보다 물가 안정이다. 현장 중시 정책을 펼쳐야 한다"(김태기 명예교수) 등 국민의 정책 체감도를 높이라는 제안도 있었다. 재계에선 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춰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국가경제 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의미가 크다"며 "국가적 역량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손해용 기자, 고석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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