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한 청나라 같아"..中, '인플레 감축법'에 날 선 비판

김연주 입력 2022. 8. 1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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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주의 정책과 고립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청나라를 연상시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키아와 섬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날을 세웠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6일 자국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을 겨냥한 워싱턴의 움직임은 미국이 당당하게 국제 경쟁에 참여하기보다는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한 직후에 보도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더 나은 재건’(BBB·Build Back Better) 법안의 축소·수정판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다. 4400억 달러 규모의 정책 집행과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감축으로 구성된 총 7400억 달러(910조 원) 규모의 지출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법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한 보조금이다. 법안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보조금 지급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해당 법안이 ‘중국산’을 배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의혹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주요 내용. 연합뉴스

전기차 업체가 해당 세액 공제를 받으려면 북미에서 차량 조립을 완료해야 한다. 또 리튬과 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주원료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주원료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만큼,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는 사실상 혜택을 받지 못한다.

중국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 펑스밍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보조금 관련 규정에 배터리 원료 조달과 조립 장소를 포함한 건 드문 일"이라며 "그런 도를 넘는 행위는 중국의 첨단 산업 공급망 전체를 억압하려는 미국의 악의적인 의도를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글로벌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전기차 모델 72개 중 70%는 법안 서명 시점에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명목으로 한 미국의 잡동사니 가득한 정책들을 종합해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이 도달한 유일한 합의는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이런 차별적 조항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해당 법안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주간지 타임은 “실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주요 초점 중 하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라며 “중국산 니켈과 코발트 함량이 높은 배터리에 대한 전기차 업계의 의존도를 줄이고, 철과 인산염 등 미국 원자재의 생산을 촉진하겠다는 셈법”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첨단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에는 반도체 과학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의 '가드레일 조항'이 중국을 겨냥한다는 평가다. ‘가드레일’ 조항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로 보조금(총 520억달러)과 세액공제(25%) 혜택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우려 국가’에 28나노미터 이하 설비 투자를 금지한다. 28나노 이하면 거의 모든 반도체 설비가 포함되며, ‘우려 국가’는 중국을 의미한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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