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으로 문화층 파괴"..김해 고인돌 관련 "김해시장 고발"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2022. 8. 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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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시가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 유적으로 추정되며, 금관가야 건국신화와도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가야 구산동 지석묘(경남도기념물)를 정비·복원 공사 과정에서 훼손한 것과 관련해 문화재청이 김해시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유적 상당 부분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고인돌 묘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혀줄 주요 단서가 사라졌으며, 전문가 자문을 무시한 정황까지 드러나 김해시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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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긴급조사 "지자체장 고발 조치"
덮개돌 주변 문화층 20cm 깊이 훼손
세계 최대규모 고인돌, 회복 불가능할 듯
세계 최대 규모 고인돌로 추정되는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경상남도 기념물)가 공사도중 훼손돼 5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의 긴급 현장조사가 진행됐고 현재는 공사가 중단됐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서울경제]

경남 김해시가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 유적으로 추정되며, 금관가야 건국신화와도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가야 구산동 지석묘(경남도기념물)를 정비·복원 공사 과정에서 훼손한 것과 관련해 문화재청이 김해시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유적 상당 부분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진 고인돌 묘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혀줄 주요 단서가 사라졌으며, 전문가 자문을 무시한 정황까지 드러나 김해시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구산동 지석묘와 관련해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항이 확인됨에 따라 김해시장을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현행법은 허가 또는 변경 허가 없이 매장문화재를 발굴했거나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현상을 변경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난 달 김해시는 구산동 지석묘를 정비한다며 묘역을 표시하는 얇고 넓적한 바닥돌인 ‘박석’을 무단으로 들어내고 고압세척기로 씻는 등 훼손해 논란이 불거졌다. 이 사실을 민원 접수로 인지한 문화재청이 지난 5일 긴급점검 후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11~12일 긴급 조사를 진행한 결과 돌이킬 수 없는 훼손 정황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덮개돌인 상석(上石) 주변부 중에서도 특정 시대 문화 양상을 알려 주는 지층인 문화층 일부가 유실된 사실이 파악됐다. 유실된 깊이는 2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굴착기를 사용한 탓에 “정비사업 부지 내 저수조, 관로 시설, 경계벽 등을 설치한 부지는 해당 시설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굴착으로 문화층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 /사진제공=문화재청

김해시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문화재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문화재위원회 위원을 비롯한 전문가 3명이 사적 지정을 위한 예비 조사차 지석묘를 찾았을 당시 현장에는 배수 시설 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관련 검토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지만 김해시 측은 공사를 진행했다.

이번 김해 고인돌 훼손에 대한 문화재청의 고발 대상은 해당 사업을 시행한 지자체장, 즉 김해시장이다. 또한 이번 법적 조처와 별개로 경남도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시·도 지정문화재의 정비 사업과 관련한 현상 변경은 시·도지사 허가 사항인 만큼, 경남도는 김해시가 공사 과정에서 허가 범위와 내용을 준수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구산동 지석묘는 2006년 김해 구산동 택지지구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중 존재가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덮개돌인 상석(上石)의 무게가 350t이고,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 시설이 1천615㎡에 이르는 이 유적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로 보고 있다. 발굴 당시 김해시는 유적 규모가 크고 예산 확보 등이 어려워 원상태 그대로 보존했으나, 이후 사적 지정을 추진하면서 2020년 12월부터 예산 16억여 원을 들여 복원·정비 사업이 진행됐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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