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과외 대체..질 높고 평등한 교육기회 만들것"

신중섭 기자 입력 2022. 8. 17. 17:23 수정 2022. 8. 18. 09: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 온라인 과외 '밀당 PT'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
에듀테크 업체 경쟁자는 오프라인
학습관리로 공부하는 플랫폼 구현
부자든 서민이든 '똑같은' 서비스
새 콘텐츠 개발 'B2G 진출' 목표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 권욱 기자
[서울경제]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 39층에 위치한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사무실에 들어서자 다소 생소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모스키토(모기), 크리켓(귀뚜라미), 레이디버그(무당벌레) 등으로 각 회의실마다 붙여진 이름이었다. 겉만 보면 벌레 퇴치 업체로 보였다. 하지만 사무실 내부 모습을 완전 달랐다. 건물 38~39층에서는 200여 명의 강사가 모니터 화면 속 학생들을 가르치고 질문에 답하는 등 소통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16일 여의도 파크원 사무실에서 만난 박찬용(36·사진)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는 회사의 지향점으로 ‘평등’을 내세웠다. 2019년 선보인 신개념 교육 플랫폼 ‘밀당 PT’로 오프라인 학원·과외를 대체해 질 높은 교육의 기회 평등을 추구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온라인 교육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제가 꿈꾸는 세상은 100조 원을 가진 부자나 평범한 가정이나 똑같이 한 달에 25만~30만 원만 내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며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말을 안 쓰고 ‘질 높은’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가 설립된 것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교육 데이터 리서치 서비스로 사명도 ‘버그’ 없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생각에서 붙였다. 이후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는 2017년 공무원 시험 준비생 대상 서비스를 거쳐 2019년 3월 ‘밀당영어’를 론칭하며 중고교 교육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수학으로 범위를 넓혀 현재는 밀당PT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박 대표가 교육 데이터 리서치 서비스에서 교육 업체로 변화를 꾀한 것은 국내 온라인 교육 시장이 본격 개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교육 시장이 상당 부분 온라인화됐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일 뿐”이라며 “소수의 메이저 교육 기업이 온라인 회사여서 그런 착각이 드는 것이지 교육 시장의 온라인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 사교육 시장 규모는 17조 9000억 원인데 학원과 과외가 91.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온라인은 4.6%에 불과하다.

박 대표는 “에듀테크 회사의 경쟁자는 다른 에듀테크 회사가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에듀테크 회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학원이나 과외를 대체해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학습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획기적으로 새로운 사교육이랄 게 없는 데다 쟁쟁한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사교육 시장에서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가 주목한 것은 ‘학습 관리’였다. 관리·감시 기능이 약한 인터넷 강의(인강)에다 오프라인 사교육처럼 학생을 관리해주는 선생님을 직접 집어넣은 것이다. 주요대 출신의 학습 관리 강사 ‘온택트 선생님’이 1 대 1로 학생을 맡아 90분간의 수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온택트 선생님은 학생 콘텐츠를 구성하고 실시간 질의응답을 해준다. 학습 콘텐츠인 인강은 서울 대치동 등 유명 학원 출신의 소위 ‘1타 강사’와 함께 자체 커리큘럼을 개발해 만든다. ‘1학생 2교사’를 구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리얼 타임 러닝 애널리틱스’가 학생의 행동을 관찰, 이상 행동이 감지되면 경고를 보낸다. 인강과 오프라인 학원, 고액 과외 등 세 가지 사교육의 장점만을 합친 셈이다. 이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밀당’이다. 박 대표는 “어떠한 오프라인이나 인강 콘텐츠와 비교해서도 확실하게 공부를 시키는 플랫폼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밀당 서비스 론칭 당시 13%에 불과했던 완강률은 지난해인 2021년부터 90%를 웃돌고 있다. 누적 수강생은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20년 12월 기준 60명이었던 임직원 숫자는 이달 기준 32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3월 11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이후 불과 1년여 만인 올해 4월에는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액 435억 원을 달성했다. 영어·수학 두 과목만 서비스하고 있지만 서비스 영역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현재 전체 사교육 시장의 80%가 영어와 수학인 탓에 두 과목에 집중하고 있으나 정부 방침 등을 고려해 코딩 교육 진출도 고려 중”이라며 “어떠한 과목으로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발 기반이 준비돼 있어 짧은 시간 안에 론칭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음 목표는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실제 밀당PT의 모습은 지난 교육감 선거 등 최근 교육계에서 언급되는 인공지능(AI) 튜터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박 대표는 “대학 교수팀과 함께 중고교를 대상으로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학습 효과를 연구했다”며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서 이르면 내년부터는 B2G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