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법정서 충돌..이준석 측 "민주주의 훼손" 與 "절차 하자 없다"

손덕호 기자 2022. 8. 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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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측 "사퇴한 최고위원이 최고위 의결,
신의성실 원칙 반하고, 정당민주주의 위반"
국민의힘, 사퇴선언한 최고위원 당에
사퇴 의사표시 않았다고 반박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공식 출범시킨 가운데,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이준석 전 대표와 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법원에서 충돌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 전환은 절차상 문제가 있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전환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이 전 대표는 직접 출석했다.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당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가 비슷한 취지로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심문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비대위 전환 결정 과정에 절차상·내용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배현진 전 최고위원 등이 사퇴 선언을 하고도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 개최를 의결한 점, ▲당헌상 비대위를 구성할 비상상황도 아니었다는 점 ▲지난 5일 상임전국위원회가 유튜브와 자동응답시스템(ARS) 등 비대면 방식으로 의결한 것은 무효라는 점 등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이 전 대표 측은 “직을 사퇴한 최고위원이 다시 출석한 최고위 결과는 그 사안이 의결정족수를 불충족한다”며 “이런 행위들은 내용상으로 당헌에 있는 비상상황, 그리고 최고위의 기능상실이라는 의도한 결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임의적, 기망적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명백한 하자가 있으며, 헌법 제8조가 규정하는 정당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도착, 민사51부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최고위원들이 사퇴선언을 했을 때 당에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면서, 이달 초 최고위 개최 시점에도 여전히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최고위 의결에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당헌에 따라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된 경우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 설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은 당시 이 전 대표의 징계와 관련해 당 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라고 해석했다.

또 이 전 대표 측이 문제삼는 비대면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의 방식의 전국위 의결은 그 직전에 개최된 상임전국위원 54명 중 4분의 1이상의 별도의 소집 요구서가 제출됐기 때문에 하자가 치유됐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법정 가장 앞줄 왼쪽 두 번째 자리에 착석해 심리를 지켜봤다.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에서 당대표가 사퇴하지 않았는데 비대위로 전환된 전례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제가 정당에 참여한 계기가 비대위였고, 당시 홍준표 전임 대표가 사퇴 의사를 끝까지 밝히지 않아 비대위 출범이 난항을 겪었다”며 “결국 홍준표 대표의 동의를 받아서 비대위가 출범하고 제가 비대위원으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배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속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총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2011년 1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각종 선관위 디도스(DDoS) 공격 사건에 안이한 대처 등으로 당내 비판을 받다가 사퇴 요구를 받아들여 5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면서 홍준표 대표에게 사퇴를 압박했으나, 홍 전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홍 전 대표가 자진 사퇴하면서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했고, 비대위원으로 26세였던 이 전 대표가 파격 발탁됐다.

또 이 전 대표는 전국위가 유튜브와 ARS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것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ARS의 경우 의사정족수를 특정할 수 없는 방식”이라면서 “유튜브는 링크만 있으면 참여 가능하다. 국민의힘 전국위원이 아니어도 참여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측 대리인의 의견을 듣고 비대위 출범 과정에서의 절차상·내용상 하자를 따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하고 주호영 비대위는 무력화된다. 기각되면 비대위 체제에 힘이 실린다.

2011년 12월 8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 세명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당을 떠난 가운데, 홍준표 대표가 사퇴거부 의사를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조선DB

이 전 대표는 법원에서 나와 취재진에게 “책임 있는 정당 관계자로서 이런 모습이 국민께 보여지게 만든 상황 자체를 자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에 못지않게 이 일을 시작한 사람도 책임을 통감했으면 좋겠다”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했다.

이어 “지금 행정부가 입법부를 통제하려고 하는 삼권분립이 위기에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삼권분립이 설계된 원리대로, 사법부가 적극적인 개입으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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