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아버지 이어 45년 만에..김의수 감독, "우승 의미 남다르다"

배영은 입력 2022. 8. 17. 18:14 수정 2022. 8. 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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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 선수들이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김의수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김상선 기자


"45년 전 일인데도, 아직 어제 일같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김의수(53) 대전고 감독은 모교가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에서 우승한 뒤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대전고는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전주고를 7-4로 꺾고 1994년 대통령배 대회 이후 28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 8년째 대전고를 이끄는 김 감독이 처음으로 제자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특히 김 감독은 대통령배 대회와 아버지에 얽힌 남다른 추억이 있다. 김 감독의 아버지는 공주고 야구부 초대 사령탑인 고(故) 김영빈 감독이다. 김영빈 감독이 이끌던 공주고는 1977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우승해 공주에 고교야구 붐을 일으켰다.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이 그해 대통령배 MVP였다.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들은 45년이 지난 올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배 우승 감독이 됐다.

김의수 감독은 "당시 난 아버지가 어딜 가시든 졸졸 따라다녔다. 그날도 야구장에 있었고, 그때 공주고가 우승하던 장면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며 "그래서인지 대통령배 대회는 내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나도 아버님처럼 같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대전고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대전고 감독이던 1987년 청룡기 대회에서 당시 1년 후배였던 구대성(전 한화 이글스)과 함께 창단 첫 우승을 합작했다. 김 감독은 "그 후 모교에 감독으로 부임한 지 벌써 8년째인데, 그동안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다"며 "그 응어리를 이렇게 풀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했다.

대전고 선수들이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물을 뿌리며 마운드로 달려나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통령배 결승전은 대전고 학생 전체의 축제였다. 500여 명의 대전고 1·2학년 학생 전원이 대형 관광버스 15대에 나눠 타고 서울로 원정 응원을 왔다. 늘 비어 있던 목동야구장 1루 쪽 관중석이 감색 생활복을 맞춰 입은 대전고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들의 열띤 응원이 그라운드에 가득 쏟아졌다.

대전고 동문들도 선수단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총동창회장은 학생들이 타고 온 버스 대여료 전체를 지원했고, 재경동창회장은 결승전을 하루 앞둔 16일 소고기 회식을 열어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 넣었다. 장마로 일정이 계속 밀려 지쳐 있던 대전고 선수들은 새로운 힘을 채웠고, 결국 값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 감독은 "야구부가 우승할 수 있게 도와주신 선배님들께 모두 감사드린다. 현재 대전고 교장이신 윤장순 선생님도 대전고 선배님이신데, 지난해 9월 1일에 부임하신 이후로 야구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시고 아껴주셨다"며 "그분들 덕에 좋은 어떤 기운을 받았다. 보답해드린 것 같아서 기쁘다"고 인사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승의 감격. 김 감독은 그 순간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또 한 명의 가족을 떠올렸다. 그는 "스물네 살에 고교야구 지도자로 뛰어든 뒤 벌써 이 생활이 30년째다. 그동안 묵묵히 날 믿고 일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준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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